현대가 거의 독점해오던 대북사업에 최근 삼성이 의욕적으로 뛰어들면서 두 재벌이 경협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그동안 대북사업에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삼성이 최근 방북단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자 현대는 오는 7일 소떼 방북을 계기로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서해안공단 부지를 확정 짓고 금강산 경제특구 사업도 구체화하기로 하는 등 우위를 지키려 애쓰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북사업의 주도권이 유동성 위기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현대에서 올해 8조원의 순익이 기대되는 삼성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측은 “대북사업 특성상 사업 주체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으며 북한이 파트너를 바꾸려 한다는 것도 와전된 것”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는 7일 김윤규(金潤圭) 현대건설 사장이 소떼 500마리와 함께 방북, 현재 남포 해주 신의주 개성 등 4곳을 놓고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는 서해안 공단 부지를 조기 확정할 계획이다.
현대 관계자는 “전력공급과 원료수송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해주로 결정된 셈”이라며 “올해 안에 조기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또 금강산 골프장과 스키장 건설 등 종합개발과 통천 공단 등 금강산 경제특구 사업에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평양 통신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삼성은 방북단 파견을 계기로 북한 평양 인근 남포공단에 백색가전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50만평 규모의 전자복합단지 조성사업 등 대규모 투자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으나 기존의 가전·의류 임가공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더욱 활성화할 게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와 삼성은 정부가 남북 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올 10월 착공 예정인 경의선 복원 사업을 놓고도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발주로 시행되는 경의선 복원사업 수주를 위해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벌써 사업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북사업의 안정성과 다원화 측면에서 국내외 유수기업이 대북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다만 남북경협도 철저한 수익성을 따져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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