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격이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녀 공기소총 동시석권을 노린다.공기소총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경쟁이 제일 치열한 종목. 공기격발식이어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동호회나 학교체육이 활성화 돼 있어 저변인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공기소총의 성능마저 급격히 개선돼 신기에 가까운 경쟁을 보이고 있다.
10㎙ 거리에서 1시간여동안 남자 60발, 여자 40발을 서서 쏘는 공기소총의 중앙표적은 직경 0.5㎜. 결선인 ‘파이널8’에 진출하려면 남자는 595점, 여자는 396점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다시말해 0.5㎜ 표적에서 0.1㎜ 빗나간 총알이 2∼5발만 생기면 탈락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사격종목중 공기소총을 ‘예술”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신들린 사람이 아니면 공기소총을 하지 말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은철(33·한국통신) 최대영(19·창원시청) 강초현(18·유성여고)은 이같은 살얼음판 경쟁을 뚫고 최후에 미소를 짓겠다는 각오에 부풀어 있다. 여자부의 최대영과 강초현은 이미 기량을 검증받았다.
최대영은 4월 대표선발전 1차대회에서 400점만점의 비공인 세계신을 쏴 사격계를 흥분시켰고 대표팀 막내 강초현은 지난 달 열린 애틀랜타월드컵에서 399점의 세계타이기록을 작성하며 1위에 올랐다. 둘은 또 앞서거니 뒷서거니 기록경쟁을 벌이고 있어 연맹은 이들중 한 명이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한국사격이 뒤늦게 남녀제패에 욕심을 낸 것은 이은철의 등장. 92바르셀로나 소구경복사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오랜 슬럼프 끝에 사실상 은퇴를 했던 이은철은 올초 공기소총으로 종목을 바꾼 뒤 애틀랜타월드컵에서 본선 1위를 기록한 것.
결선서 비록 5위로 처지긴했지만 짧은 기간동안 이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올림픽 5회출전의 기록을 세운 이은철도 공기소총을 편하게 생각하며 연맹이 기대하는 동메달을 황금색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한 종목 남녀제패를 이루기 위해 이들 3인방은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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