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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상설단막극장 연 기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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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상설단막극장 연 기국서

입력
200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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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그는 문화판의 허를 찌르기로 했다.“연극정신 또는 반(反)영화주의죠.” 이를테면 교향악단원 중 마음 맞는 몇명이 따로 나와, 실내악단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물량과 선정 공세판에 대한 승부수다.

이번에 세상을 헤집고 갈 도구는 단막극이다.

극단 76단의 대표이자 상임연출가 기국서(49)씨의 네번째 극장 ‘상설단막극장’. 불과 40평에 40여 석, 12개의 조명이다. 후배 배우 금동현이 운영하던 극장 공간21을 보수해 7월 13일 문을 열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학구적이기까지 한 이름이 영 어색할지 모른다.

1995년 그가 대학로에 열었던 카페 굿누리에서는 관람하면서 차나 맥주까지 마실 수 있었으니. ‘포켓극장’ ‘변두리극장’ ‘난파선’ ‘33인 극장’ 등의 튀는 이름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세계에도 없는 단막극 전용극장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컬트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극장이 있기 전, 세 번의 예비 작업이 필요했다.

1976년 이화여대 입구의 소극장 76극장, 공간 사랑 내 76인극장, 95년 굿누리까지. 76이란 멀게는 한국전쟁 후 제 3국을 선택한 포로의 인원수. 76은 그를 만나 영원한 유랑의 코드가 되고 말았다.

70~80년대 유신 체제의 작은 통풍구였던 ‘관객모독’과 한국예술평론가협회가 연극부문최우수 예술가상으로 인정했던 ‘햄릿1~5’에서, 가깝게는 사회 일탈자들을 섬 하게 점묘했던 ‘지피(지하철 히피)족’까지. 그는 항상 무엇에 저항해 왔다. 거꾸로 가로질러가기.

성공할 자신은? “그럼요. 사람들은 결국 ‘순정’을 찾을 거니까요. 한 6개월 지나면 극장이 꽉 찰 거예요. 두고 보세요.” 진정 연극적인 가치는 이 시대, 더욱 소중한 커뮤니케이션 코드가 될 것이라는 확신. “아날로그의 원점을 찾아 가는거죠.”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느덧 50이 코 앞이다. 그러나 그의 꿈은 여기서 다시, 푸르게 시작한다.

사뮈엘 베케트의 ‘거친 연극’과 ‘플레이’ 등 30분 남짓 부조리극의 걸작부터 시작한다.

겨우 300만원 제작비. 연사모, 무서운 관객들, 갈채 등 사이버 공간 연극 동호회가 그 꿈에 감응해 오고 있다. 동숭아트센터 옆 골목, 경북상회 건물 지하 2층. 27일까지. (02)765_1544

입력시간 2000/08/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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