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한국 입양아의 영원한 어머니였던 버서 홀트여사는 죽어서도 한국에 묻힌다.지난달 25일 어머니가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가 쓰러진 뒤 미국 오리건주 유진시 크레스웰 집에서 병상을 지켜온 자녀들은 “4일 장례식을 마치는 대로 어머니를 한국에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경기 고양시에서 홀트아동복지타운을 운영중인 맏딸 몰리 홀트(65·한국명 허만리)씨는 “한국땅은 어머니가 고아 입양사업을 처음 시작한 뒤 40여년간 헌신했던 곳”이라며 “이 곳에서 영면하시는 것은 어머니 생전의 뜻일 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홀트여사는 9일 고양시 홀트타운내에 있는 남편 해리 홀트(1964년 작고)씨 묘 옆에 안장된다.
홀트여사는 한국전쟁 직후인 55년 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사이에서 태어났다 버려진 혼혈아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남편과 함께 전쟁고아 입양사업에 뛰어들었다.
남편이 심장마비로 먼저 세상을 뜬 뒤에도 홀로 복지회를 이끌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각국의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아 온 홀트여사는 최근 그 공로로 테레사 수녀 등이 수상했던‘키와니스 세계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생전 홀트여사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몰리 등 6명의 자녀와 로버트, 메리, 크리스틴 등 한국인 입양아 8명 등 모두 14명의 자녀를 뒀다.
생후 8개월 때인 1955년 입양돼 지난 24년동안 홀트여사의 옆집에서 살아온 막내 딸 베티 홀트(45)씨는 “어머니는 아침에 조깅을 하고 입양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로 하루 일과를 보냈으며 언제나 입양아들을 위해 기도하셨다”며 “평생을 사랑으로 사신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도 ‘너희들을 사랑한다’였다”고 애통해 했다.
한편 이날 홀트여사의 별세 소식을 접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사단법인 ‘한국홀트아동복지회’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채 일손이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2일 차려질 빈소 준비를 서두르면서도 “국경과 피부색, 모든 것을 초월해 우주적인 사랑을 베푸신 분” “공식모임에는 항상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한국사람보다 더 우리나라를 사랑하신 분”이라며 홀트여사를 회상했다.
이날 오후 미국으로 출국한 송재천(58) 홀트아동복지회장도 “더 할 수 없는 슬픔”이라며 “고인의 딸인 몰리 이사장도 이곳에서 30여년동안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등 홀트가족의 한국 사랑을 무엇으로 갚을 수 있겠느냐”고 눈시울을 적셨다.
/LA미주본사=하천식기자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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