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휴가는 물건너갔구먼….”1일 개각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접한 경제부처 중견간부 K씨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지난해에도 일 때문에 ‘본의 아니게’ 휴가를 반납했던 그는 올 여름만큼은 꼭 가족들과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7월 한달 내내 국회에 발이 묶여 버렸어요. 국회가 열린다고 해서 가면 막상 텅 비어있고, 그렇다고 안갈 수도 없고. 법안처리가 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 수가 있겠습니까.”
국회공전은 이달들어서도 마찬가지. 여야 합의든, 여당 단독이든 법안만 통과되면 휴가를 챙겨야겠다고 작심했더니 곧바로 개각이 있다는 소식이다. “장관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휴가를 가요. 새 장관이 오면 업무보고부터 해야하는데. 설령 장관이 바뀌지 않아도 을지훈련에, 이달 하순부터는 곧바로 정기국회 준비체제로 들어가야 합니다.”
“3,4일 만이라도 짬을 내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정상적인 때도 3,4일이면 긴 휴가입니다. 간부급치고 눈치없이 일주일 다 쓰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라고 말했다.
한국관료들의 절대 근무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긴 축에 속한다. 휴가조차 가지 않고 일하니 그럴 수 밖에. 그러나 경쟁력과 생산성은 최하위 수준으로 정평나있다. 휴가조차 맘대로 갈 수 없으니 역시 그럴 수 밖에.
알차게 일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한국의 관료사회는 ‘최소투입, 최대수확’의 경제법칙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셈이다. 갈수록 민간에 뒤쳐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후진성이 행여라도 정책결정과정에 반영될까 걱정된다.
이성철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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