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라크 국민들에겐 ‘악마’같이 여겨지던 전 유엔 이라크 무기특별사찰단(UNSCOM) 단장 스콧 리터가 걸프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유엔의 대 이라크 제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그는 1998년 당시 이라크 정부가 자신을 미국의 스파이라고 비난하며 사찰을 거부하자 사임했었다.
미 해병 정보장교 출신인 리터는 최근 이라크가 더이상 대량살상 무기나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민간인 신분으로 이라크를 다시 방문했다. 그는 지난주 사담 후세인 대통령으로부터 이라크 군사시설에 대한 방문허가를 받았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와 생산시설을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확신하는 그는 이번 시찰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다큐멘타리 필름까지 제작할 예정이다.
그는 “무기특별사찰단은 미국의 도구로 전락했으며 제대로 그 기능을 수행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며 “나는 어린이들이 폭격에 사망하고 수십만명의 무고한 시민이 굶주림에 고통받는 것을 보기 위해 해병장교가 된 것은 절대 아니었다”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내가 이라크 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며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뿐 누구의 하수인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리터의 이라크 방문에 대해 미국은 영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의 P.J 크로울리 대변인은 “리터는 자신이 조사관 시절 거부당했던 지역에 다시 가려한다”며 “그가 방문할 시설들은 이미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 있을 것이며 이라크는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선전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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