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동안 끊겼던 철마가 드디어 달릴 수 있게 됐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제1차 남북장관급 회담 마지막 날인 31일 경의선 복원이 합의됐다는 소식을 접한 경의선 노(老)기관사 우익환(禹益煥·79)씨는 “이제야 우리 민족이 제대로 가는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철도는 민족의 대동맥인데 50년이 넘도록 중간이 짤려 피가 제대로 돌지를 못했잖아요. 그래서 우리 민족이 그토록 고생을 한겁니다.”
우씨는 남과 북 사이를 잇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중국과 러시아, 유럽에까지 철도를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문화적 측면에 대한 세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혹시 이번 회담에서 아무런 결론이 안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어요. 가장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되는데 하고 생각했죠.”
우씨는 어느새 황해 평산군 남천면 고향에서 지낸 보통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때면 어김없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던 ‘철마’를 바라보며 ‘각진 모자와 칼날 선 제복’의 꿈을 키운 그 시절이 주마등처렁 스쳐갔다. 우씨는 “1943년 10월 정식 기관사가 돼 처음으로 경의선을 내달렸던 날은 이 세상 모두를 다 가진 것만 같았다”고 회고했다.
“늘그막에 주책도 없이 욕심만 생기네요. 서울에서 평양까지 처음 출발하는 기차, 내가 운전대를 잡을 수는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실향민이기도 한 우씨는 “혹시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버틸 힘마저 없어질 것 같아” 아직 방북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내가 운전한 철마를 타고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을까요? 두 여동생과 남동생이 여전히 고향 땅을 지키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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