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29일 타계한 한 미국인 신부에 대한 추모미사가 열렸다. 미사에 참석한 촌로 등 100여명은 “자신의 고통보다 한국민중의 아픔을 먼저 어루만진 참성직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렸다.고인은 미국인이면서도 36년간 한국에서 민주화와 빈민운동에 앞장서온 서 로벨도(65·본명 로버트 스위니)신부.
전세계 빈민과 소외계층에 복음을 전파하는 골롬반 외방선교회본부 한국지부장을 지내기도 한 서신부는 일찌감치 60·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가들을 돕다 수차례 중앙정보부 신세를 졌다.
올들어서는 1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을 위한 미국대사관 앞 집회에 처음 참가한 뒤 이후 ‘매향리 미군국제폭격장 폐지를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 고문을 맡아 단 한차례도 집회에 빠지지 않은 채 운동을 이끌었다. 특히 매향리에서는 도로가 폐쇄되자 사격장까지 5㎞나 되는 논길을 걸어 들어갔다가 경찰에 사지를 붙잡혀 들려나오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서신부가 쓰러진 것은 27일. 말기 직장암의 혹독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SOFA문제는 잘돼 가느냐. 매향리에 다시 가야 하는데…”라며 끝까지 돕지못하는 것을 못내 안타까워 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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