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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올리가르히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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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올리가르히 길들이기

입력
2000.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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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할 사람들은 당신 스스로들 뿐이다. 당신들은 그동안 정치적인 조직들을 수하에 두고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 오지 않았는가.”지난 28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기업 오너21명과의 회동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른바‘올리가리히들’에게 이처럼 준엄하게 경고했다.

“더 이상의 기업주 구속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기대했던 올리가르히들은 푸틴의 이같은 말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올리가르히들은 지난달 구속됐던 미디어-모스트 그룹의 블라디미르 구신스키가 지난 26일 석방되자 푸틴측에서 자신들과의 휴전을 선언한다는 말이 나올 것으로 은근히 예상했었다.

가즈프롬의 렘 브야카이레프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여동안 열린 이날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경제와 정치를 장악했던 올리가리히 집단에 대해 러시아를 이끌고 가는 것은 이들 집단이 아니라 바로 자신임을 확인시켰다.

이날 회의에 올리가리히 집단의 수장격으로 최근 푸틴을 거세게 비난해온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구신스키 등은 초청받지 않았다.

푸틴은 이날 무엇보다 그동안 올리가리히들이 자신의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와 법체계를 교란하는 행위를 계속해서는 안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정당하며 소련 연방해체이후 사유화 과정에서 불하받은 국영기업을 다시 반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부유하면서도 정상적인 러시아를 만드는 데 협조한다면 모든 기업들이 정부의 최대한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를 주관한 보리스 넴초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러시아에서 올리가리히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이번 회의가 기업가들이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 시대를 여는 새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푸틴이 올리가르히들을 길들이기 위해 이번 회의를 마련했다면서 올리가르히들은 푸틴이 주연하는 ‘서커스의 개들’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푸틴의 이런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올리가리히들의 반발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현재의 조세제도를 대폭 보완해 기업의 탈세 등을 막아야 올리가르히들의 목을 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정기자 yjlee@hk.co.kr

이윤정기자

y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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