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허들서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를 연출했던 루드밀라 엥퀴스트(36·스웨덴)가 끝내 은퇴했다.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시드니올림픽에서 대회 2연패(連覇) 도전을 꿈꿔왔던 엥퀴스트는 두 차례의 장딴지 수술이라는 허들(후유증)을 넘지못하고 30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사실을 발표했다.
여자 100m허들은 엥퀴스트와 미국의 게일 디버스가 우승을 양분해온 종목. 더욱이 엥퀴스트는 유방암, 디버스는 갑상선 희귀병인 바제도병을 이겨낸 특이한 경력까지 있어 지난 10년간 물고 물리는 둘의 라이벌전은 끊임없는 화제를 불러왔다.
구 소련국적으로 뛴 91년 세계선수권대회서 우승했던 엥퀴스트는 93, 95년 세계선수권서 잇따라 디버스에게 패해 왕좌를 내줬다.
하지만 엥퀴스트는 스웨덴으로 국적을 옮긴 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9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푸 우승을 차지, 둘은 장애물경기에서 한치의 양보없는 라이벌전을 펼쳤다.
엥퀴스트는 지난해 3월 암판정을 받고 오른쪽 젖가슴을 잘라낸지 4개월여만인 그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갑상선 희귀병을 이겨낸 디버스와 또 한번 우정의 맞대결을 벌였다.
이 대회에서 디버스는 12초37로 다시 왕좌를 되찾았고 엥퀴스트는 12초47로 3위에 머물렀으나 병마를 이겨낸 두 사람의 뜨거운 포옹은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신만이 재기노력을 알 것이라는 말과 함께 눈물범벅이 된 엥퀴스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2년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 메달에 도전하겠다”며 굴하지 않는 재기의욕을 보였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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