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이 공화·민주 양당의 전당대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열전에 돌입한다. 공화당은 31일부터 8월 3일까지 버지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민주당은 8월14일부터 17일까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개최한다.11월 7일 실시될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선거판세와 양당의 선거전략 등을 중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부시의 지나친 과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을 러닝메이트로 확정하자 뉴욕타임스는 26일 “부시의 체니 선택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확신한 부시가 선거운동과정에서 부통령 덕을 보기보다는 백악관 입성후 실무적으로 자신을 도울 사람을 골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대선을 석달여 앞두고 공화·민주 양당의 전당대회가 개막되는 등 본격적인 열전에 돌입한 가운데 현재 선거전은 ‘부시 우세-앨 고어 추격’양상으로 전개되고있다.
부시 진영이 비장의 빅카드를 굳이 포기한 채 구세대 이미지가 강한데다 여론으로부터 허다한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는 체니 전 장관을 선택한 데서도 알 수 있듯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시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을 시종일관 리드하고 있다.
부시 주지사가 출마의사를 피력한 지난해 중반이후 부시는 거의 예외없이 고어에 앞서는 인기도를 유지했을뿐만 아니라 최근 격차를 오히려 더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부시의 이같은 인기는 온갖 스캔들로 점철된 빌 클린턴의 8년 재임으로 이른바 ‘클린턴 피로증후군’의 반사이익에 기댄 반짝열기라고 평가할 만한 상황을 완연히 벗어났다는 게 선거 전략가들의 분석이다.
부시는 갤럽여론조사에서 고어에 비해 4-8%포인트의 우세를 견지해왔다. 고어는 3월 하순의 조사에서 2%포인트까지 한차례 근접했을 뿐이었다.
더구나 민주당측에서 만만한 상대라고 우습게 봤던 체니가 런닝메이트로 확정된 이후인 26일 실시된 조사에서는 도리어 격차가 더 벌어졌다.
갤럽조사결과 4파전으로 전개될 경우 부시 50%를 얻어 39%를 차지한 고어에 11%포인트나 앞섰다.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는 4%, 개혁당의 팻 뷰캐넌은 1%였으며 무응답자는 6%.
더구나 올 대선은 녹색당과 개혁당 등이 참가하는 4파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1996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개혁당의 로스 페로 후보가 공화당표를 상당부분 잠식해줌으로써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공화당측이 쾌재를 부를 상황이다. 이미 여론으로부터 주목을 상실한 개혁당의 뷰캐넌에 비해 소비자운동가 네이더가 훨씬 파괴력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결과 레이더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여성계와 노동계로부터 상당한 성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여론추이에 당황한 민주당측에서는 이달초 빌 리처드슨 에너지부 장관을 징발,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앉힌 뒤 공세적 TV광고 등을 구사하며 전세만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측은 체니를 능가할 ‘킹카드’를 러닝메이트로 내세우고 본격 TV토론이 시작될 경우 토론박사인 고어가 논쟁에 어수룩한 부시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일부 선거전문가들은 막상 투표가 실시되면 상황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어 이채롭다. 선거 전문가들은 각 주에서 최다득표자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승자독식방식(Unit Rule System)’과 막판에 불거져나올 의외의 스캔들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달 역대 선거 결과를 맞추었던 학자 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두 고어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맨의 말을 인용, “유권자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6~7월에 실시된 여론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며 진정한 승부는 전당대회 이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각 후보진영 참모들의 '두뇌싸움'
부시 스탠포드 VS 고어 하버드
각 후보 진영은 전현직 고위관료를 비롯 각계 유명인사들과 선거운동전문가들로 라인업을 구성, 선거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선거 참모진들은 선거전략을 기획하고 각종 공약을 입안하는게 주역할이지만 엽관제가 정착돼있는 미국에서는 정권을 잡을 경우 상당수가 행정부의 정치적 임명직으로 이동하는게 관례여서 사실상 ‘섀도우 캐비넷’성격도 띠고 있다.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 진영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시절의 관료들과 텍사스 주정부의 각료 등 이른바 ‘텍사스 군단’및 보수적 학자들로 구성돼있다.
부통령후보로 나선 딕 체니 전 국방장관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 선거공약팀장을 맡고있는 조수아 볼튼, 폴 월포위츠 전 국방차관, 리차드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 로버트 졸릭 전 백악관 비서실 차장, 알 허바드 전 부통령 비서실 차장, 윌리엄 베넷 전 교육장관, 로버트 블랙윌 전 국가안보회의 수석보좌관, 콘돌리사 라이스 전 백악관 러시아 담당보좌관(현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연구원) 등이 부시행정부 출신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보장문제를 비롯한 각종 국내현안과 외교안보문제들에 대해 자문및 대안마련작업에 열심이다. 이들중 파월 전 합참의장은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월포위츠나 아미티지 등도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 물망에 오르고있다.
이중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흑인여성인 콘돌리사 라이스. 스탠포드대 국제정치학 박사인 라이스는 자신의 스탠포드 동료, 후배를 중심으로 한 ‘스탠포드학파’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외교공약을 마련하고 외교문외한인 부시의 ‘가정교사’를 맡고 있는 맹렬여성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녀가 국무장관을 맡을 경우 현 매들린 올브라이트 못지않은 역략을 과시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들에 비해 텍사스 군단은 선거운동과 홍보, 재정 등 캠페인 실무를 총괄하고있다.
부시 주지사의 비서실장인 조 앨보는 선거운동감독을 맡고 있으며 방송기자출신인 카렌 휴 텍사스주 공화당 사무총장이 선대본부 대변인이다. 또한 부시의 오랜 정치적 후원자인 도널드 에반스 텍사스대 이사장이 선거자금을 총괄하는 재정팀장이다.
고어진영은 하버드대 출신인 고어의 경력을 반영하듯 하버드학파가 유난히 많아 눈길을 끈다.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전이 스탠포드대와 하버드대간의 대결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으로 선거전략팀장을 맡고있는 얼레인 카마크를 비롯 조셉 나이 케네디스쿨 학장, 인종문제 전문가인 헨리 게이츠 교수, 국제정치학 박사인 애쉬턴 카터교수 등이 하버드학파 멤버들이다.
또한 에너지부 장관으로 있다가 탁월한 기획력을 인정받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옮겨앉은 빌 리처드슨을 비롯 선대본부 사무총장인 카렌 한콕스 백악관 정무담당 부보좌관, 레온 후어스 부통령실 국가안보 보좌관,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로런스 서머스 재무장관, 리처드 홀부르크 주유엔대사 등 현직 관료진도 다수 포진해있다.
이들중 나이 학장과 홀브루크 유엔대사는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또 고어의 장녀로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커리너 시프도 「탈(脫)클린턴전략」를 내세워 고어의 스타일을‘부드럽게’바꾸도록 하는 등 보좌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