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광고출연 김상경씨한 이동통신 광고에서 흰 런닝셔츠차림으로 머리 위로 손을 빙빙 돌리며 “나도 잘 몰러”라며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김상경(59)씨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과일장사를 한다.
동네 사람들에게 김씨는 한 곳에서 20년간 장사를 해 온 터줏대감으로 벌써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광고가 방송된 후 그가 운영하는 ‘공주상회’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머리 위로 손을 빙빙 돌리며 웃음을 흘린다.
김씨가 TV와 인연을 맺은 것은 2년전. 가게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수입이 뚝 떨어져 가게를 정리해야했다. 그래서 용돈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KBS사극 ‘용의 눈물’에서 스님역 엑스트라를 맡은 게 첫번째 방송 출연.
그후 지난해 11월 바로 옆으로 자리를 옮겨 과일가게를 다시 열 때까지 한 달에 몇번씩 TV 드라마와 영화의 엑스트라로 나섰다. 이번 CF도 소화제 광고에 출연했다가 그의 순박한 모습을 촬영감독이 눈여겨봤기 때문.
이젠 이 일에도 어지간히 이력이 붙어 별 실수 없이 한나절이면 촬영을 척척 끝낸다. 손을 머리위에서 돌리는 제스처도 그의 아이디어다.
출연료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는 끝까지“정말 나도 잘 몰러”라고 능청스럽게 얼버무린다. 그러면서 첫 CF의 성공으로 두번째 출연료는 두배로 올랐고 이곳 저곳 방송출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귀띔한다.
지하철에서 사인을 해달라는 학생들도 자주 만나고 얼마전 CF를 찍은 성북구 장위동에서 자신을 보기 위해 일부러 과일가게에 찾아온 손님도 있다.
검게 그을은 피부, 165㎝의 키에 중졸 학력, 농사, 조혼, 무작정 상경, 풀빵장사, 과일장사…. 그의 60 평생은 험난한 시대를 살아온 ‘보통사람’의 바로 그것.
‘작은 부자는 근면함에서 나고 큰 부자는 하늘 뜻이다(小富有勤 大富在天)’라는 명심보감 구절이 좌우명이라는 김씨는 전과 다름없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청량리 시장으로 물건을 떼러 가고 하루에 신문 3개는 빠뜨리지 않고 읽는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다면 CF에 출연하고 싶다는 김씨는“광고에서 떴다고 쭐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겠다”며 수박 한쪽을 건넸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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