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계속 코미디로 전락하고 있다. 운영위 날치기 통과직후, 국회의원들이 길바닥에 서서 자장면을 먹고, 국회부의장이 자택을 맨발로 도망나왔다가 도로 붙들려 가는 모습 등이 우습기는 했어도, 그 ‘비장함’에 어느정도 참을만은 했다.그러나 그 이후 벌어지는 상황들, 날치기의 이해당사자인 자민련 의원들이 임시국회 소집에 나몰라라 하는 태도로 대거 외유에 나서고, 밀약설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홍(內訌)이나, 김대중 대통령의 유감표명을 놓고 벌이는 민주·한나라당간 제2막의 갈등극 등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김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직후 “김대통령의 유감표명은 사과가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에 버럭 화를 냈는데, 얼핏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김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욱 웃기는 것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태도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가 총선민의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외치던 때가 엊그제인데, 어느새 당지도부는 교섭단체 완화가 불가피한 것인양 태도를 바꾸고 있다. 그러고도 밀약설을 부정하면서 민주당에 밀약설 유포에 대한 선(先)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대선전략의 차원에서 JP를 끌어 안든 말든 그것은 한나라당의 자유다. 그러나 공연히 국민의 뜻을 둘러 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의 행보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정치 코미디 극에서 계속 ‘주연’을 맡고 있다. 그가 YS를 찾아가 “자민련과 JP의 위상을 높여줘 감사하다”고 인사 했다는데, 이건 너무 속이 들여다 보이는 행동이다.
민주당으로 하여금 날치기를 서두르게 한 배경에 YS의 역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YS에게 날치기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것인지, 정말로 코미디다. 정치인들이 줄을 서서 YS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훈수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은 말로는 3김 정치의 종식을 외치면서 행동은 3김정치의 연장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여야는 정치가 계속 3류 코미디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쯤에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단독소집을 강조하지만 말고 야당이 들어 올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도 더 이상 사족을 달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한나라당부터 행동이 떳떳했던 것은 아니다.
굴뚝에 연기를 피운 쪽은 한나라당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론은 국회가 하루빨리 약사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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