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28일 오후 제주로 떠났다. 5일 휴가중 사흘은 제주에서 나머지 이틀은 자택에서 보낼 계획.이총재의 등을 억지로 떠민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를 ‘칩거’로 표현했다. 이 마당에 웬 휴가냐는 곱지 않은 눈길을 의식하기도 했겠지만 여야 대치정국이 편안한 휴식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본 듯하다. 지난 해 여름 휴가를 떠났다가 검찰의 세풍(稅風) 수사가 불거지면서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휴가라고 해도 이총재의 신경은 국회쪽으로 향해 있을 게 틀림없다. 우선 막힌 정국을 뚫을 해법을 찾는 데 골몰해야 한다. 이총재는 이날 오전 휴가를 떠나기 앞서 주요 당직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밀약설과 날치기에 대한 민주당의 확실한 사과를 받은 뒤 협상에 나서되 여당이 단독국회를 강행할 경우 등원 거부 등으로 맞서기로 큰 줄기를 잡았다. 그러나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당사 바깥에서 수시로 ‘선택’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날치기 이후의 정국과 관련한 큰 그림도 닷새 동안 그려질 것 같다. 이산가족 상봉이 몰고 올 눈물 정국에 대한 돌파책 등 남북 문제, 현대 사태 등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적인 가닥을 잡은 뒤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의 관계 설정 등도 집중적인 검토 대상이 될 것 같다. 이총재는 휴가 가방에 ‘간디 자서전’ 등 두어권의 책을 챙겼는데 과연 이를 들추어 볼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