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적으로 항공기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여행객 증가로 항공운항횟수가 늘어나면서 항공기피로와 여름철의 방심이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의 사고 중에서도 프랑스의 콩코드기가 추락, 독일인이 대부분인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미 보도된 것처럼 프랑스언론이 ‘아름다운 흰 새의 종말’이라는 제목 아래 “어제 콩코드기는 사망했다. 향년 31세”라는 부음기사를 쓸 만큼 프랑스인들은 이 사고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
라이벌이 있을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의 추락은 자존심 세고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 주었다. 부품정비에 소홀했던 국영기업의 나태함에 대한 비난도 가중되고 있다. 인명피해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프랑스인들은 그에 못지 않게 이미지 실추를 더 안타까워하고 있다.
안전과 쾌적으로 대변되는 콩코드기의 아름답고 빛나는 전통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그 전통을 한결같이 지켜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콩크드기 추락사고는 잘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이 당황과 슬픔 때문에 할 일을 소홀히 하고 있지만은 않은 것같다. 대통령이 즉각 사고현장에 달려가고 독일어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정신과 의료진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유족들을 보살피고 있다.
프랑스정부는 독일정부와 협의하며 유해수습과 사고처리, 보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인들은 기장이 필사적인 노력으로 마을을 피해 추락함으로써 희생을 줄인 사실에 초점을 맞춰 직업에 충실했던 인간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비극 속에서도 영웅을 만들어내고, 참사 속에서도 미담을 찾아내는 것이다. 콩코드기 조종사가 프랑스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라니 그럴만도 하겠다.
이쯤에서 우리를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항공대국이라는 점을 자랑하지만 부끄럽게도 항공사고 다발국가로 세계에 낙인찍힌 지 오래다. 바퀴가 빠져나오지 않는 사고로부터 무모한 착륙으로 인한 참사등 그동안 많은 사고가 발생해 국가이미지는 실추될대로 실추됐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숙련된 인력이 다수 빠져나감에 따라 정비의 문제점이 불거진 점도 있다. 잦은 사고도 문제지만 사고발생 후의 재난구조와 처리에서 아직 후진국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 구난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사고가 나면 허둥지둥 하기 일쑤이다.
항공사측은 사상자 가족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 곧잘 항의·시위사태가 빚어진다. 진정이 담기지 않은 사과와 보상약속이 가족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경우도 잦았다. 당국의 원인조사와 책임자 처벌과정도 정확하고 분명하지 않아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
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정부는 해당 항공사에 대해 노선폐쇄, 운항정지를 명령하고 벌금을 올리는 제재조치를 강화했다. 하지만 예방과 구난체계에 있어서는 큰 진전이 있는 것같지 않다.
지난 해부터 준사고(準事故·고의가 아닌 실수로 인해 발생했지만 항공기의 대파나 인명사상으로 연결되지 않은 사고)보고제가 실시되고 있으나 보고를 꺼리는 경향은 여전하다. 이 제도가 항공안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 건의 치명적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통계적으로 29건의 사소한 사고와 300건의 준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따라서 준사고보고제는 아주 중요한 제도인 셈이다. 사고예방을 위해 도입된 준사고보고제가 활발해지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항공안전 확보를 위한 기구 개편등 제도적 개선책도 필요하다.
다음 주 일요일이면 악몽같은 괌참사가 발생한 지 꼭 3년이 된다. 이 3년동안에 항공안전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해왔는가를 점검하고, 더 필요한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겠다.
국내의 한 항공학과 교수는 우리의 비행시간 증가추세와 사고율을 바탕으로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니 2004년이면 괌참사같은 항공사고가 매년 1건씩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끔찍한 이야기이고 신뢰하기 싫은 분석이지만 모든 사고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없어지게 해야 한다.
편집국 국차장
yc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