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의 뜻인가, 선수들의 선의(善意)인가. 여자농구 현대건설팀이 지난달 25일 선수 구타사건을 일으켜 일정기간 벤치에서 물러나게 한 진성호감독을 챔피언결정 2차전에 불러들여 물의를 빚었다.현대 플레잉코치 전주원과 주장 박명애는 27일 경기직전 기자들과 만나 “지든 이기든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2차전에는 대등한 입장에서 후회없이 경기를 하고 싶다”며 “진감독에게 2차전에는 벤치에 앉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전주원은 이어 “그동안 감독의 공백을 크게 느꼈다”며 “구타사건과 관련한 진감독의 거취는 대회후 회사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얼마후 진감독이 선수들에 이끌려 마지못해 벤치에 않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백보양보해서 진감독의 복귀가 선수들의 선의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구타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감독을 벤치에 앉혀서는 안된다는 게 농구계의 중론이다.
현대측은 사건직후 기자회견을 자청, “진감독을 벤치에서 물러나게 하고 대회가 끝난후 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총재 김원길)도 “초유의 구타사건을 묵과할 수 없다”며 상벌위원회를 열어 제명방침을 결정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총재가 사인을 미뤄와 의아함을 자아냈다.
물의의 당사자는 벤치를 지켰다. 결과는 그러나 현대의 패배로 끝났고 신세계가 우승했다. 이날의 승패를 떠나 현대측에 묻고 싶다.
과연 선수들이 구단의 방침을 거스르고 진감독을 벤치에 앉게 했는지. 혹시나 달콤한 우승을 위해 뒤에서 선수들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포츠맨십이다. 프로농구판의 ‘도덕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다다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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