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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6시 내고향’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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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6시 내고향’유감

입력
2000.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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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실에는 아담한 휴게실이 있다. 글을 쓰다가 쉬기도 하고 손님이 찾아오면 같이 앉아 차를 나누기도 한다. 논설위원들이 쉴 때면 텔레비전을 자주 보는데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중 하나가 ‘6시 내고향’이다. 시간대가 글쓰는 일이 끝난 때이기도 하지만 방방곡곡의 풍물과 이야기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그러나 얼마 전 강원도 남대천의 ‘꾹저구’ 매운탕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는 이래도 되나 싶었다. 어른과 어린이들을 편을 갈라 출연시켜, 생나무를 묶어 강바닥을 훑고 치어까지 잡는 모습이었다. 시청하던 동료 논설위원들이 혀를 끌끌 차면서 “방송이 좋은 것 골라 가르친다”고 한탄했다.

지난 봄에도 고로쇠 나무의 수액을 뽑아 내기 위해 수많은 나무에 링거병을 매달아 놓은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다. 자연 속의 색다른 풍경이나 별미를 소개하면서 결국 그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법을 열심히 알려주는 꼴이다.

■8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사회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따뜻한 4월 어느 일요일 예배가 끝난 후 교회 노인들이 대절한 버스를 타고 산으로 나들이를 갔다.

고사리가 탐스럽게 자란다는 몇몇 한인들의 말이 퍼져서 노인들이 집단으로 고사리 채취를 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신나게 고사리를 수확하던 그들은 야생식물 훼손혐의로 국유림관리소 직원들에 붙들려 곤욕을 치렀다. 허가없이 풀 한포기 못뽑고 냇가에 낚싯대도 드리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앞서가는 나라의 환경보호 추세다.

■“한국인이 지나가면 남는 것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내 뱉는 자조적인 탄식이다. 토종 뱀이 모자라 수입해다 먹고, 겨울잠 자는 개구리 깨워 볶아먹는 보신주의자들로도 우리 생태계는 이미 크게 위협받고 있다.

산에서 나물 캐고 개천에 그물 풀어 천렵(川獵) 즐기는 것이 우리네 오랜 정서지만, 균형을 유지하기에 우리 자연은 너무나 지쳤다. 별미 찾아 강바닥 훑거나 나무밑동에 구멍뚫고 주사바늘 꽂아 놓는 장면들은 이제 TV에 내보내지 말자. 보기도 안좋고 시대에도 안맞는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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