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는 최근 박전대통령기념관을 2002년 월드컵이 열리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기로 하고, 정부가 700억원으로 추산되는 공사비중 2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이를 놓고 박전대통령의 공과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과 박전대통령이 경제적 치적을 남긴만큼 정부의 조치가 적절하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찬성
/김유혁 단국대 명예교수
박정희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정부가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찬성하는 이도 있고 반대하는 이도 있다. 찬반 의사 표현이 없는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일지언정 활기차게 발전해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념관 건립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동 사업의 추진이 더욱 야무지게 진행될 수 있는 징조로 봐야할 것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견지에서 적극 찬성한다. 첫째, 기념관 건립이나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일이나 모두 처음 시도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대통령이 될 꿈을 지녔다고 하면 다 좋아한다.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이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같은 꿈을 펴갈 수 있는 교육 현장을 아직 마련해주지 못했다. 기념관의 성격이 정책 연구자료 참고 및 도서관 기능이 주종을 이룰 것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박전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물줄기를 발전, 안전, 약진의 방향으로 터놓았다는 점이다. 물꼬를 세차게 열다보면 다소의 희생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감수해야한다는 뜻에서 김영삼 전대통령은 대선에 즈음해 그의 생가를 방문해 기념관 건립을 환영한다는 뜻을 표했고 김대중대통령은 기념관 건립에 발의의 뜻을 펴고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 셋째, 그의 치적이 시사하는 바는 아시아적 빈곤과 후진성의 뿌리를 뽑아내는 교과서적인 길잡이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제개발, 자주국방, 국토개발 등 근대화 성취면에서 크게 공헌했다.
그리고 20세기 아시아의 인물로 손꼽히는 그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도로 보아 대승적 견지에서 이 사업의 추진이나 정부 지원은 적절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월드컵경기장 권역내에 자리잡게 된 것은 잘 된 일이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역대 대통령 기념관 설립의 기대로 함께 키워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반대
/정해구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나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시대정신과 역사정신이 부족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가치가 특정 정치인들의 사적 이해로 인해, 그것도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에 의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는 사회가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내가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합의가 되어 있지 않으며 상당수의 국민들이 그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시의 친일 논란, 쿠데타를 통한 불법적 집권 및 개발독재, 반통일적 정책,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던 사회적 빈부격차 등에 대한 논란 등이 그것이다.
둘째, 정부의 인식이 정략적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이 영호남 화합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정희 기념관 건립으로 지역주의가 해소될 수 있다는 발상은 난센스이며, 설사 기념관을 건립한다해도 그런 이유로 추진해서도 안된다. 정부는 기념관 건립을 통해 경상도 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셋째, 국민의 세금과 공공의 토지가 제공되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은 ‘공적’인 일이며, 따라서 정부와 서울시는 왜 국민의 세금과 공공의 토지가 제공돼야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타당한 설명이 없다. 또한 왜 상암동인가.월드컵 관광을 오는 외국인들에 제일 먼저 자랑해야 할 인물이 박정희여야하기 때문인가.
오히려 제대로 역사를 기념하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늦었지만 친일파 사전을 남겨 친일파들의 행적을 역사에 남기는 것, 독재자들의 행적과 기록을 남기는 것, 민주화운동의 기록을 모으고 남기는 것, 그리고 역대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역대대통령 기록관’을 만들어 후세가 그들의 행적을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평가하도록 하는 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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