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수퍼마켓들이 유통왕국을 건설하려는 롯데그룹의 야심찬 계획을 저지하고 나섰다. 백화점과 할인점, 편의점을 거느린 롯데가 최근 수퍼마켓 진출을 결정하자, 이들은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결의했다.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경배·金慶培)는 주초 전국이사장 회의를 열고 롯데가 수퍼마켓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롯데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회는 이날 회의에서 31일까지 롯데측의 회신이 없을 경우 다음달부터 롯데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전국 4만여개의 수퍼마켓 진열대에서 ‘2% 부족할 때’ ‘금강산바’등 롯데제과와 롯데음료 제품을 치우고, 상품을 반납하겠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앞서 2차례 롯데측에 수퍼마켓 진출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묵묵부답인 상태.
연합회는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영세 유통업자들의 도산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면서 “롯데가 골목상권인 수퍼마켓 사업까지 진출할 경우 중소상인들은 생계를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또 “롯데제품 판매를 통해 롯데그룹의 성장에 기여해온 중소형 수퍼마켓들을 적으로 돌리는 격”이라고 흥분하며 연합회 회원뿐만 아니라 비회원 점포들도 롯데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김경배회장은 “중소상인들이 식음료 제조업체 전체 납품물량중 70% 정도를 거래하고 있다”면서 “4만여개 점포가 롯데제품을 판매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측은 “수퍼마켓 진출 방침은 불변”이라며 “중소 수퍼마켓의 반발은 예상됐던 것이며 특별히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과 할인점 롯데마그넷,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인터넷쇼핑몰 롯데닷컴을 갖춘 롯데는 10월초 수도권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수퍼마켓 3개점을 개점하겠다고 지난 6월 밝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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