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외무장관의 역사적인 첫 회담으로 북일 관계 개선이 궤도에 올랐다.두 사람은 각각 '과거 청산’과 '여러 문제’를 강조했지만 이에 얽매이는 대신 대화의 큰 가닥을 잡는 데 치중했다.
양측의 이런 자세는 8월21~25일 도쿄(東京)에서 재개될 수교교섭의 순항을 예고한다.
한반도의 변화 물결을 거슬러서는 안된다는 압박감, 1992년 교섭 결렬 이후 7년 반의 공백 경험 등이 양측을 떠밀고 있다.
또 일본 정부·여당이 유엔식량계획(WFP)을 통한 추가 쌀지원 방침을 굳힌 것도 촉진제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양측은 대화 지속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되도록 대립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섭 지속과 타결은 별개다.
무엇보다 양측의 대립점인 '과거 청산’과 '여러 문제’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최대 난제인 '과거 청산’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죄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보상’ 문제의 해결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애초의 '전쟁 배상’에서 '과거 보상’으로 물러난 북한측이 1965년 한일수교 당시의 '청구권’으로 다시 물러설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액수가 워낙 큰 데다 계산법에 따라 35억~250억달러로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오랜 밀고 당기기가 불가피하다.
일단 먼저 입밖에 꺼내면 그것이 출발점이 된다는 계산에서 양측은 액수에 대해 서로 언급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1965년 한일간에 타결된 청구권 자금은 모두 8억달러였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만 감안하면 35억달러 정도이다.
그러나 당시의 엔화 가치를 기준으로 일본의 물가 상승률과 이자 등을 감안하면 200억달러에 이르는 데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이나 총예산에서의 비율을 고려하면 250억달러까지 늘어난다.
북한은 약 200억달러, 일본은 50억~100억달러를 고려하리라는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계산의 기준’이 마련돼도 유상·무상·민간자금의 구성비, 제공 시기를 놓고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거액의 자금이 한꺼번에 북한에 흘러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본측의 기본 입장이다.
그 자체로도 난제인 납치 문제가 여기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그냥 두고 일본 여론이 '보상’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1965년과 달리 지금은 '보상해야 할 과거’의 기억이 흐릿하고 대북 수교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거의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