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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국공포영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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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국공포영화의 시작

입력
2000.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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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장르 영화가, 특히 젊은이들의 열광적 지지를 얻으면 충무로는 반드시 그것을 벤치마킹한다.‘스크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블레어 윗치’ ‘캠퍼스 레전드’ ‘데스티네이션’에 일본 영화‘링’까지 공포 영화는 거의 불패(不敗). 때문에 올 여름 한국 영화에 공포바람이 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할리우드 공포영화 방식차용

신인 배우들의 연기 돋보여

그것도 ‘월하의 공동묘지’나 일본의 ‘링’ 같은 동양적 정서 보다는 게임처럼 피가 흥건한 할리우드의 냄새가 나는 오락물로.

10대들을 겨냥해 발빠르게 만든 ‘하피’는 유치한 코미디로 전락해 실패했으니 ‘가위’(감독 안병기)가 제1탄인 셈이다.

어줍잖은 웃음보다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 보이면서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죽이는 슬래셔(난도질) 무비이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 마니아라면 ‘가위’는 앞에 열거한 영화들을 모두 조금씩 따왔음을 금세 알아챌 것이다.

‘캠퍼스 레전드’처럼 발랄한 대학생활이 보이고, ‘나는 네가 지난 여름…’처럼 7명은 하나의 비밀을 공유하고, 그 때문에 죽어간다. 범인이자 귀신인 은주(하지원)의 모습은 ‘링’을 닮았고, 거친 비디오 카메라 영상은 ‘블레어 윗치’의 공포를 차용했다.

‘어 퓨 굿맨’이란 서클에 새로 들어온 은주. 그녀를 사랑하게 된 야구선수 현준(유지태). 현준을 짝사랑 하던 선애(최정윤)는 은주가 어린 시절 혜진(김규리)이 살던 시골의 바로 ‘죽음을 부르는 소녀’이자 혜진의 어버지를 죽게 한 사람이란 사실을 폭로한다. 그 때문에 불행한 사건은 벌어지고, 2년 후.

정신병적 징후를 보이면서 비극을 예견하는 선애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조금씩 드러내며 긴장을 유지하는 추리극 방식 역시 할리우드 공포물의 전형. 그러면서 영화는 변호사가 된 정욱(유준상)의 이기심과 광기, 은주의 절망으로 다분히 동양적 한(恨)과 공포로 나아간다.

그래서 제작사의 말처럼 ‘스크림’을 그리려 했지만 ‘링’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 공포적 표현 방식에만 매달린 나머지 인물들의 관계와 그에 따른 다양한 심리묘사를 놓치는 실수도 했다.

이런 허점에도 불구하고 ‘링’이 공포 영화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신인급인 하지원, 최정윤 유준상 등 젊은 배우들의 열정 덕분이다.

감정 보다는 수줍은 감성의 배우이기 때문일까. 오히려 유지태가 어설프다. 29일 개봉. 오락성 ★★★, 예술성★★★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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