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이변이 일어났다. 교육청의 학교지원센터화를 내건 전교조 위원장 출신 전직교사 김귀식후보가 20.8%를 얻어 28일 1위 후보인 유인종 현교육감과 결선투표를 하게 된 것이다. 현직 교육위원과 고교 교장 등 9명의 후보자 가운데 김후보를 주목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표인을 크게 늘린 새 선거제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제도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각급 학교 운영위원회 대표와 교원단체 대표들이 뽑던 방식에서 학교운영위원 전원의 투표에 의한 방식으로 바뀐 새 제도는 우선 선거운동 방식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가운데, 현역 교육감의 유사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장치가 없어 ‘현역 프리미엄’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후보자는 유권자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거나 개인 홍보물 보내는 일까지 금지된 상황에서 교육감은 공무를 빙자해 얼마든지 간접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달 충남, 이 달의 전북·서울지역 선거운동 기간중 교육감이 각종 행사나 연수회등에 참석해 연설을 하거나, 교육감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 공무원들의 공공연한 선거운동이 말썽이 되었다. 그런데다 선거운동 기간이 열흘 뿐이어서 일반 후보들은 충분히 면모를 알릴 기회가 없다는 불평도 있다.
그래서 일반 후보들의 손발을 묶어둔 채 교육감 혼자 뛰게 하는 달리기에 비유하는 소리가 나온다.‘현직 재선을 위한 제도’라느니, ‘사전 선거운동을 부추기는 법’이라느니 하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유권자의 상당수가 현직 교육 공무원인 점과 학교운영위원 선출방식의 비민주성도 현직 프리미엄 주장의 근거가 된다. 학교운영위원회에는 지역 대표위원이 상당수 있는데, 이 가운데 교육공무원이 4.8%나 된다. 대구같은 곳은 24%를 공무원이 차지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만 하다.
이런 제도상의 문제점 보다는 불법 선거운동과 타락상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대후보 음해와 헐뜯기가 판을 치는 것이나, 유권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넥타이를 돌리는 등 타락선거 행태가 일반 선거와 다를 바 없어, 학생들이 알까봐 가슴 조이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적어도 일선 교육행정 책임자를 뽑는 선거만은 정치판과 달라야 한다. 현역이 월등히 유리하게 된 제도적 모순을 바로 잡고,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거가 되도록 운영의 묘를 찾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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