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텅 빈 인문학 코너, 없어져만 가는 대학의 인문학과. ‘독서’라는 단어조차 언젠가는 사라져 버리고 말 것 같은 느낌이 언제인가부터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책세상 기획실은 오래 전부터 이러한 현상을 감지했다. 일반 독자는 물론 대학생조차 책을 멀리하게 된 이 현상은 우리 사회 여러 층이 만들어낸 공동작품이 아닐까.
‘우리 시대’는 바로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얄팍한 출판상업주의, 대중을 무시하는 학문 풍토, 건전한 논쟁과 토론이 없는 독단적 지식사회에서 대중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 의식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우리 시대’ 시리즈의 기본 방향은 “광범위한 지적 도발과 문제 제기를 통해 새로운 지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기획진은 필진을 학문에 대한 열정과 참신·성실성을 갖춘 박사급 이상의 학자들,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 내로라 할 실력을 갈고 닦은 젊은 지성들로 구성했다.
그리고 그들의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10년 정도는 유효할 수 있는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예술 등 모든 학문 분야의 다양한 주제들을 선정했다.
또한 학자의 지적 과시의 장이 아닌, 독자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교감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전문 용어를 가능한 한 피하고, 참고 문헌에서도 저자가 참고 도서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활용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코멘트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살아있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작은 책을 외면하는 우리 독서 시장에 던져진 ‘우리 시대’.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드는 생각은 ‘참신한 기획이면 독자들도 무조건 외면하지는 않는구나’라는 것이다.
‘우리시대’는 점점 무너져가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니, 아카데미즘의 소멸이니 하는 거창한 명분들을 강조하고 싶지 않다.
단지 ‘한국의 정체성’의 저자 탁석산씨의 말대로 ‘죽은 철학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사상이 있다면 이러한 우려는 소멸되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기대를 해 본다.
●이 책은
5월 25일 1차분 5권이 동시에 출간된 ‘우리 시대’ 시리즈는 요즘 보기 드문 문고판. 책값도 3,900원이다.
무엇보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이 시대에 과감히 인문학을 주요 소재로 다룬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약소국의 자치를 위해서는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철학박사 탁석산씨의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의 주체성’은 출간 첫 주 만에 종로서적이 집계한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2, 8위에 각각 올랐다.
김미진 책세상 편집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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