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여대생과 유학생·주한미군 등이 신종마약 엑스터시와 LSD 등을 복용하거나 유통시키다가 적발됐다. 미국에서 대마초를 몰래 들여와 피우다 붙잡힌 유학생들도 있다.히로뽕 환각상태에서 섹스를 즐기다가 애인을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환각제와 마약류가 우리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확인하게 한다.
마약은 도박·매춘 등과 더불어 개인과 사회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대표적 해악이다. 그만큼 인간의 취약한 본능을 자극하고 유혹하는 악마성이 크다. 그래서 금단의 약물을 규제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계속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자체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신적 일탈의 위험에 빠져 마약에 접근하는 숫자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의 환각제와 마약류 확산은 크게 우려할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적발되는 마약사범이 최근 몇년째 해마다 30% 가까이 격증하고 있는 가운데, 10~20대 젊은층이 갈 수록 늘어 심각성을 더한다.
특히 이들은 30~40대 마약사범이 사회적 스트레스와 좌절에 빠진 저변계층이 많은 것과 달리, 단순히 권태를 이기고 어울려 즐기기 위해 마약을 상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정도가 한층 크다는 얘기다.
이번에 적발된 재미동포와 유학생은 그 단적인 예다. 부유층 자녀와 명문 대학생이 포함된 이들은 강력한 신종마약을 들여와 서울 신촌과 강남 등지 테크노 바에서 이른바 환각파티를 즐겨왔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의 일부 유학생 사이에는 엑스터시나 LSD를 먹고 격렬한 음악과 춤을 즐기는 환각파티가 유행하고 있고, 이것이 국내에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주한미군 병사들이 대학가에 비슷한 저질문화를 퍼뜨리던 양상이 그사이 크게 늘어난 유학생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퇴폐·환락풍조가 넘치면서 히로뽕 투약이 남성과 청장년층에서 주부·여대생 등 각계각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약대국’ 미국의 저질풍조까지 거침없이 들어와 맹목적 추종·모방성향이 강한 청소년층에 확산된다면, 사회의 건전성을 뿌리부터 흔들 우려가 크다. 단속관청은 물론, 사회 전체가 그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마약류 확산은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현상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따라서 대응책도 사회의 근본을 건전하게 하는데까지 미쳐야 한다. 세계화 물결을 타고 방송연예계 등은 물론, 지식층까지 ‘미국문화’에 분별없이 경도하는 풍조를 바로잡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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