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6일 발표한 ‘생활시간조사’결과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하루 일상생활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통계란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99년 9월을 기준으로, 1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작성된 생활시간조사는 5년 단위로 실시되며, 이를 통해 국민 실생활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24시간의 구성 우리나라 국민은 평일 밤 11시26분에 잠자리에 든다. ‘아침잠이 없다’는 65세 이상 고령층은 1시간 정도 빠른 10시14분께 이부자리를 편다. 하루일과가 일찍 시작되는 농민들의 경우도 취침시간은 도시민들보다 빠른 10시36분이다.
평일기준 평균 기상시간은 오전 7시17분이다. 아침식사는 오전 7시46분에 시작되며 시간은 23분 정도 걸린다. 100명 중 9명은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며, 20대 미혼남성은 17명, 20대 미혼여성은 25명 정도가 아침밥을 건너 뛴다.
직장이든 학교든 일하거나 공부하는 시간은 8시간42분이다. 여기에는 출퇴근, 통학시간도 포함되어 있는데 서울지역의 경우 출퇴근시 길에서만 1시간20분을 버리고 있다.
개인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루 5시간 정도다. TV시청에 2시간5분을 쏟는 반면, 신문을 읽는 시간은 7~8분에 불과하다.
물론 이같은 시간수치에는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이나 어린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TV는 국민들의 90%가 하루 10분 이상 시청하고 있으며, TV를 보는 사람들의 평균시청시간은 평일이 2시간47분, 일요일에는 하루 24시간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3시간54분을 TV 앞에서 보내고 있다.
■허리가 휘는 여성들 전업주부들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5시간39분이다. 취업주부는 3시간20분을 가사일에 쏟고 있는데 회사일까지 합치면 9시간23분을 일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일요일에는 밀린 집안일 때문에 취업주부의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46분으로 늘어난다.
20세 이상 여성의 85%는 평일에 10분 이상 식사준비나 설거지를, 73%는 청소를, 55%는 빨래를 하고 있다.
반면 평일에 10분 이상 청소나 집안정리를 하는 남성은 19.8%에 불과했다. 일요일조차 장보기나 쇼핑을 하는 사람은 12.6%에 불과했다.
■일에 치인다 임금근로자 중 47.7%는 일요일에도 10분 이상 일을 하고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 등에서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들의 경우 78.1%가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있다.
주5일 근무는 아직 멀었다. 주5일 근무를 하는 취업자는 2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국민 4명 중 1명, 취업자 3명 중 1명은 항상 시간에 쫓기고 있으며, ‘중년가장’을 대표하는 40대 남성이 특히 심했다. 85.4%의 취업자가 업무 후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공부에도 치인다 고등학생들은 평일 학교든 집에서든 학원에서든 10시간7분을 공부한다. 대학입시를 위해 하루의 42%를 공부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중학생은 8시간52분, 초등학생도 7시간20분이나 된다.
과외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초등학생 37.8%, 중학생의 33.3%, 고등학생의 17.6%가 학교 외에서 하루 10분 이상 강습을 받고 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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