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있다.발단은 의협 상임이사회의 25일 ‘재폐업 찬반투표 부결’이다. 의사 투쟁을 주도해 온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24일 밤 ‘27일 재폐업 찬반투표 실시’를 결의한 뒤 상임이사회에 결정을 위임했다. 지난달 재폐업 등 그동안 전례에 비춰 당연히 ‘OK’가 나야 하는데도 결과는 정반대였다.
발끈한 의쟁투 중앙위원들과 회원들은 이날 오후 의협 임원실로 몰려가 ‘선배’들에게 격렬히 항의하고 ‘재론’을 요구했다. 의사 전용 통신망에는 재폐업 부결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로 도배질 하다시피 했다. 의쟁투의 반발은 시간이 지날 수록 거세져 긴급 소집된 중앙위원회는 26일 0시께 ‘재폐업 재결의’라는 카드를 내놓고 의협 집행부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의협 상임이사회는 전혀 개의치 않은 분위기다. 의쟁투가 재폐업을 재결의하고 집행부에 재폐업 유보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공식화했지만 수용할 수 없다는 태세다. 한 상임이사는 “이사진 전체가 불신임을 받더라도 심사숙고해 내린 재폐업 부결결정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의쟁투의 ‘바람’에도 불구, 26일 상임이사회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의협 집행부와 의쟁투는 당분간 조정기간을 가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의쟁투의 한 관계자는 “일단 내부(의협 및 의쟁투)정리가 급선무”라며 “하지만 공통분모를 도출할 수 없다면 ‘위험한 동거’는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폐업 유보에 따라 내달부터 본격 시행될 의약분업은 일단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병원협회와 의대 전공별 교수모임인 대한의학회가 26일 의협 집행부 결정을 지지함으로써 의약분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한편 병원 전공의(레지던트 및 인턴)들이 29일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재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는 전공의 재파업시 즉각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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