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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외교 '공생의 길' 열려/사상 첫 외무회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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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외교 '공생의 길' 열려/사상 첫 외무회담 의미

입력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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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태국 방콕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남북 외무장관회담은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정신을 국제무대에서 구현한 자리였다.남북의 외무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라는 다자 외교무대에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줌으로써 향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밑거름을 마련했다.

이날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의 만남은 30여분에 불과했다. 통상 국가 간의 외무장관 회담과 달리 미리 설정된 의제도 없었다.

하지만 두 장관은 짧은 시간 동안 진지한 논의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데 의견일치를 봄으로써 남북 외교의 ‘공생’ 가능성을 밝게 했다.

백외무상은 회담에 앞서 “동족이 처음 만난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모든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남북 공동선언을 찬양하고 결과를 잘 이행하기 위한 여러 사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해 회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회담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결과의 외교적 실천방안과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을 위한 협력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이정빈 장관은 백남순 외무상에게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언급됐던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IBRD),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기구 가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백외무상은 “(국제기구 가입에)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다”며 가입 자체엔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우리측의 제안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경제교류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경제회생 기금 차입에 대한 우리의 측면지원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측은 우선 북한이 APEC 산하 14개 실무그룹 중 관광, 인적자원개발(HRD), 산업과학기술(IST) 세가지 분야에 참여하는 방안 등을 진지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외교당국 간의 상시대화체제 구축과 국제무대에서의 상호협력 방안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도 이번 회담의 큰 성과로 기록된다.

오는 9월 유엔총회 기간에 열리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최고위층 참석자 간의 회담 추진이나 ARF나 유엔총회 등 연례적인 국제회의에서의 남북 외무장관회담 정례화 등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후 “남북 최초의 외무장관회담이라는 상징성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보았다”며 “앞으로 남북 외교당국 간의 접촉이 빈번해지면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콕=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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