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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지도부" 野의총 발칵

입력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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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지도부" 野의총 발칵

2000/07/26(수) 19:19

"못믿을 지도부" 野의총 발칵

鄭총무 "교섭단체 완화 긍정검토" 발언파문

한나라당이 26일 정창화(鄭昌和) 총무의 말 한마디에 발칵 뒤집혔다. 파문의 불씨가 된 정총무의 발언은 “대통령 사과와 날치기 원천무효 선언을 할 경우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긍정 검토하겠다”는 내용.

‘대통령 사과와 날치기 원천무효 선언’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국회법 개정안 처리 저지를 위해 본회의장 농성까지 벌일 만큼 ‘절대불가’입장에서 ‘긍정검토’로 돌아선다는 의미여서 중대한 선회를 함축한 발언이다.

일부 언론에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던 정총무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교섭단체 요건 10석안이 현실화할 수도 있으니 우리 당 입장을 정해야 한다”면서 국회법 개정 방향에 대한 토론을 정식 제의했다.

이에 이재오(李在五)의원이 뛰쳐나와 “당소속 모든 의원과 사무처 직원들이 국회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이틀째 고생을 했는데, 당이 산으로 가는 지 바다로 가는 지는 알려줘야 한다”면서 “우리가 아무 생각도 없이 따라 가는 논산훈련소 졸병이냐”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김원웅(金元雄) 의원도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여권의 밀약설을 ‘휴지같은 밀약설’이라고 했지만 국회법 개정안을 검토한다면 ‘휴지에 적힌 밀약설’이 될 수도 있다”면서 “극단적인 경우 당 분열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의원의 독설에 발끈한 김무성(金武星) 수석부총무는 “이성을 잃고 말을 함부로 하는 의원들 때문에 회의를 비공개로 한다”고 선언한 데 이어 정총무가 “김의원은 농성장에 보이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순간 회의장은 고성이 난무하는 수라장으로 변했다. “무엇이 무서워 비공개냐” “인신공격 하지마” 등의 고함이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어지럽게 터져나온 것이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의원들도 한결같이 정총무의 발언에 격렬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자 결국 정총무는 “여당과 협상에 대비해 경솔하게 한발 먼저 나갔다”면서 ‘항복선언’을 했다. 이총재도 “당론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은 후 “미묘한 시기에 JP를 만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의총장을 빠져나오던 의원들과 보좌진은 “여당과 본격적 협상을 한다고 해도 오히려 우리측 입지만 좁게 만들어버린 해프닝”이라며 정총무의 경솔한 언행을 답답해 했다.

비주류인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대권을 위해 JP만 붙잡으면 된다는 인식이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면서 “밀약설이 나왔을 때는 도깨비에 홀린 줄 알았는데 의원총회를 보니 우리가 지도부에 속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입력시간 2000/07/2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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