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사랑해…”한없이 천진하고 넉넉한, ‘백만 달러짜리 미소’를 가진 유지태가 친구의 누나에게 건넨 한 마디에 여성 팬들은 전율을 느낀다(카페라테 CF).
‘사랑한다고 말해봐요’또래의 여자 친구를 옆에 둔 채, 연상의 대학 강사를 향한 김정현의 소리 없는 외침에 모든 여성들은 진희경처럼 떨리는 혼잣말을 속삭이지 않았을까. ‘그건 사랑이 아닐꺼야’(캔커피 레쓰비 CF).
최진실_조성민 커플로 상징되는 ‘연상연하’는 사실, 더이상 새롭지도 낯설지도 않다. 단, 브라운관에서는 그 매력과 극단까지 실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덟 살 연상의 다방 마담 상란(박지영)을 사랑하는 명태(원빈)가 있다(KBS 드라마 ‘꼭지’ 주인공).
‘연상연하’관계가 보여주는 안타까움과 애틋함, 주위의 편견과 장애물은 역설적으로 매혹의 근원이다.
명태와 상란의 사랑은 그 극치다. 친구 누나 정도가 아니라 연상에 다방 마담이라는 직업, 게다가 아이까지 딸린 채 옛 남자와 재결합을 준비하는 여자와의 사랑은 어딜 봐도 수월찮아 보인다.
어머니(윤여정)도 죽을 각오로 둘을 뜯어말린다. 그러나 워낙, 손에 든 새는 별로 아름답지 않다고 했던가. 아스라이 스러질 듯 이루어가는 사랑이기에 더욱 애틋한 시선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또하나, 사려 깊은 사랑이다. 상란은 부나비처럼 이 사랑에 빠져들지 않는다. 명태에게 애써 보이는 냉정한 태도는 이 금단의 사랑으로 그가 받을 상처를 염려해서이다.
명태가 항상 챙겨주고 보살펴 주어야 하는 또래(이요원)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성숙함이다.
항상 겉도는 아버지(박근형)에 대한 미움과 어머니에 대한 끔찍한 애정, 상란의 사랑은 이런 명태에게 어머니 같은 배려와 속깊음을 지니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자극한다.
권위나 질서와는 전혀 상관 없이 사는 자유인 명태의 저돌성과 멋진 조화를 이루면서.
‘제발…제발…둘이 잘 되게 해주세요’ ‘명태와 상란이 깨지면 드라마 안볼렵니다’. KBS 게시판에 수백 건씩 쏟아지는 반 협박에 가까운 열렬한 응원은, 비록 젊은 세대에 국한된 것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런 파격을 수용할 준비가 됐다는 증거이다.
그래서일까, 이 사랑의 끝은 둘의 결합으로 예정돼 있다. 작가 이경희씨는 좀더 근원적으로 본다.
“연상연하의 승리가 아니다. 그냥 한 자유로운 사람의 ‘사랑’이 승리한 것일 뿐.” 그런데도 굳이 ‘연상연하’라는 타이틀에 둘을 끼워넣는 것은, 어쩔수 없는 편견의 소산일까.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