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편치 못할 김대중대통령김대중 대통령은 지금 청남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독서도 하고 경내의 동·식물들을 돌보기도 하며 임기 후반의 국정운영 및 정국구상을 가다듬는 중이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멀리 떨어진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 충돌사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16대 국회 들어 상생의 정치와 새로운 정치를 강조해온 김대통령으로서는 여당에 의한 첫 법안 날치기파동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개혁을 표방하는 국민의 정부도 과거 정권과 똑같이 날치기 파동을 되풀이하고 있느냐는 따가운 여론의 1차 표적은 김대통령이다.
물론 김대통령은 자신은 남북문제와 4강외교 등을 잘 풀어가는데 당과 내각에서 잘못해 내치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가질 만도 하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총재인 김대통령은 원내 1당을 이끌고 있는 이회창 총재와 만만치 않은 캐스팅보트력으로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상대로 원만하게 정국을 풀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의 파행사태가 길어져 추경안 처리나 정부조직법 금융지주회사법·약사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도 김대통령의 국정수행에 큰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이계성기자 wkslee@hk.co.kr
■이회창의 득실
25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내내 굳은 얼굴이었다. 당 바깥에서 제기되는 자민련과의 ‘밀약설’은 이총재 자신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증폭되는 양상이다. 여권이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 ‘교섭단체 10석’이 현실화 할 경우의 부담도 심하게 느끼는 듯 했다. 대선을 앞두고 자칫 당이 손쉽게 갈라지는 정치적 여건을 조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묘한 시점에 왜 JP를 만났느냐”는 당내 비판 목소리는 이날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여야의 물리적 충돌로 내부 결집력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이는 앞으로의 대여 전략 수립 과정에서 오히려 강·온파의 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이미지 변신을 꾀했던 그로서는 극한 대응을 강요하는 정치 상황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잃은 것이 훨씬 많다는 계산서가 나오는 것은 이런 여러가지 이유에서다.
장기적으로는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JP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은 대권을 생각하면 이총재에게는 큰 플러스다. JP와의 전격 회동으로 여권은 몸이 달았고 결과적으로 날치기라는 무리수를 촉발시킴으로써 얻게될 반사 이익도 만만치 않다. 이는 두고두고 여권의 부담으로 남을 터이기 때문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 느긋한 JP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살벌해진 정국에서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만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권을 의식, 서둘러 JP를 붙잡으려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이를 막으려는 민주당의 묘한 다툼을 정치 9단답게 노회하게 활용, 당의 사활이 걸린 국회법 개정의 실마리를 풀었기 때문.
JP는 국회법 개정안이 운영위에 날치기 상정된 24일 밤 이한동 총리, 당5역과 가진 저녁 모임에서 폭탄주까지 돌리며 당직자들에게 “수고많았다”고 격려했다.
사실 날치기로 여당은 정국경색의 부담을, 한나라당은 자중지란에 빠지는 곤혹을 치르고 있지만 JP는 교섭단체의 길을 튼 것은 물론 당내분까지 수습하는 어부지리까지 챙겼다.
JP는 민주당이 날치기를 밀어붙이기 전까지는 이총재와의 이면합의설에
침묵으로 일관, 여권의 조바심을 부추기다 목적을 달성한 뒤에는 다시 이를 부인, 여권으로 기우는 고도의 수를 썼다. JP는 이날 밤 당직자들에게 “이총재와 별 얘기는 없었고 다만 큰 뜻을 펴려면 공생의 정치를 해야한다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JP가 소수파인 자민련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회한 술수로 정국을 파행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 일고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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