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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드라마 연구로 박사학위를

입력
2000.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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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성, 감정의 과잉, 혹은 지배이데올로기의 도구….멜로드라마에 대한 이런 통상적 평가를 뒤집는 논문이 나왔다.

한양대학교 박사 과정 윤석진(34)씨의 박사학위논문 ‘1960년대 한국 멜로드라마 연구’는 멜로드라마야말로 시대적 분위기와 대중의 감수성을 가장 잘 읽어낸 문화코드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번 논문은 국문과에서는 최초로 이루어진 멜로드라마 연구로, 학계의 완고한 풍토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흔한 의견은 ‘들춰봤자 빤한’얘기를 그렇게까지 정밀하게 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논문심사 과정에서도 심사교수들로부터 ‘박사학위 논문으로서는 좀 가볍지 않느냐’는 우려도 들었다.

그러나 대중문화에 대한 단순한 인상비평이나 편견에서 벗어나야 ‘뻔함’과 ‘천박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텍스트 분석도 제대로 안하고 ‘뻔한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학문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윤씨는 꼼꼼한 작품분석을 시도했다. 연극 ‘뜨겁고 위험한 애정’, 라디오드라마 ‘하베이촌의 손님’, 영화 ‘맨발의 청춘’ ‘미워도 다시 한번’ 등 멜로물의 전성기 60년대의 대표작 9편을 장면별로 주체/대상, 발신/수신자 등으로 구분, 수치화했다.

그 결과, 이들 작품은 대체로 탄탄한 서사구조를 가졌다는 것이 윤씨의 결론이다. 즉, 눈물샘만 자극하는 도식적인 드라마라는 평가는 연구자의 일방적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X세대, N세대의 심성에도 소구력을 갖는 멜로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윤씨의 답은 ‘놀라운 시대적 감수성’이다. 60년대의 경우, 가정의 혼란과 가부장적 남성상의 균열이라는 시대적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멜로드라마의 전형 ‘미워도 다시 한번’(이성재 작, 정소영 감독, 1968년)에서 낭만적인 연애에 도취되어 무책임한 사랑을 하는 주인공 신호(신성일)가 대표적이다.

또한 이시기에 가장 두드러지는 눈물젖은 ‘감상성’은 산업화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된 대중의 자기연민의 소산이고, 권선징악적 결론은 의협심 강하고 낙관적인 대중심리의 반영이라고 윤씨는 해석한다.

멜로드라마는 시대변화에도 유연한 적응성을 보인다. 90년대 KBS ‘첫사랑’‘젊은이의 양지’ 등의 이별도, 결합도 아닌 어중간한 결론은 문민정부에 대한 혼란스런 대중심리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1978년 원작과는 달리 여주인공의 완벽한 복수 성공으로 끝난 지난해 SBS ‘청춘의 덫’은 여성의 주체성이라는 시대적 코드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이는 ‘멜로’의 기본인 애정의 삼각관계 또한 ‘여_남_여’에서 ‘남_여_남’으로 변화하는 데서도 볼 수 있다.

윤씨는 “멜로드라마야말로 고대 설화에서 판소리, 신파, TV드라마로 이르는 가장 보편적인 서사양식”이라며 앞으로 멜로드라마의 시대적 변화 양상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연구할 뜻을 밝혔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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