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난개발이 재해를 불렀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난개발이 재해를 불렀다

입력
2000.07.25 00:00
0 0

수재를 모르고 살던 경기 용인시가 이번 집중호우 최대 피해지역이 되었다. 수도권의 새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는 개발지가 하룻새에 그 큰 재해를 당한 일은, 도대체 개발이 무엇이기에 그런 재앙을 자초하는지를 묻게 한다. 지역에 따라 한 시간에 100㎜ 넘게 기록된 폭우는 기상관측사상 유례 없는 일이긴 하다.그러나 용인시 수지읍 일대는 강수량이 그렇게 집중되지 않았는데도 피해가 컸던 원인이, 산을 깎아 아파트를 짓는 난개발에 있다는 것이 일치된 결론이다. 현지 주민들은 91년 큰비 때도 별 피해가 없었다면서, “아파트 공사로 인한 산사태와 토사유출로 사람이 죽고 막대한 재산피해가 났으니 이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좋으냐”고 하소연한다.

자연재해를 당하고 나면 늘 지적하게 마련인 사전대비 소홀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주민들은 공사장 여기저기 방치된 흙더미가 위험하다고 시공업자와 당국에 여러 차례 신고했으나 아무 조치가 없었고, 빗줄기가 그렇게 거센데도 대피령조차 없었다고 말한다.

장마철을 앞두고 관련 학자들로 구성된 진단반이 용인지역을 돌아보고 난개발로 인한 재해 가능성을 지적했으나 특별히 손을 쓴 흔적도 없다. 진단반은 야산을 깎아내 계곡 주변의 소하천을 메우는 공사현장을 가리키면서 하수도와 배수로 정비, 제방 높이기, 배수시설보강이 없으면 장마철에 재해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농경지와 산림을 파헤치고 그 자리에 아파트 단지를 만들면 빗물이 흡수되지 못해 같은 비가 와도 하천으로 흘러드는 수량이 60~70% 늘어난다고 한다. 개발지 80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해영향평가 결과, 콘크리트 구조물과 아스팔트 지면이 빗물의 고속도로 역할을 해 가뜩이나 부족한 하천시설의 수용능력을 초과하게 된다는 결론이 났다.

개발에 앞서 도로·상하수도·제방·배수펌프장 같은 기간시설을 먼저 갖추어 놓고 집을 짓는 것이 순서인데, 집 짓기가 우선이고 기간시설은 부수시설로 여기는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재해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주택정책도 근본부터 생각해 볼 문제는 없는지 묻고싶다. 주택수요가 있다고 해서 끝도 한도 없이 도시를 확산시켜가는 수도권 팽창정책이 과연 옳은 것인가. 무주택자와 세대 분할자들을 위한 소규모 주택 공급은 안중에 없고, 넓고 호화로운 고층아파트 건설에만 눈이 먼 주택건설업자들의 비위를 언제까지 맞추어 줄 것인지도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