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7시 30분 지하철 4호선 수유역, 귀고리를 하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10대 남녀 5명이 술냄새를 풍기며 지하철에 오른다.같은 날 오전 8시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방학중인데도 교복을 단정히 입은 여학생들이 지하철에서 내려 바삐 계단을 오른다.
저 아이들도 숨이 막혀 가출을 한 것일까, 한 치의 여유 없는 학교 생활 속에서 반란을 꿈꾸는 것일까?
두 풍경은 SBS가 창사 1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4부작 다큐멘터리 ‘10대의 반란’ 중 23·24일 방송한 1·2부를 떠올리게 한다.
“딱딱” 소리와 함께 교사로부터 엉덩이를 맞고 있는 학생, 교사에게 잡혀 머리를 깎이는 학생…. 예고 화면은 충격적이었다.
1부 ‘출구 없는 미로’와 2부 ‘길 위에 선 아이들’은 10대의 문제를 차분하게 접근했고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10대 자신들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인 다큐였다.
우선 1부에선 10대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고정관념 깨기부터 시작했다. 기성세대는 우선 10대를 왕따, 영아 유기, 본드, 그리고 컴퓨터와 휴대폰이 없으면 하루도 못사는 집단과 관련지어 본다.
그 편견 깨기에 나선 학생은 서울 개포고 1년 정우진(17)군. 컴퓨터 통신이 취미인 평범한 고등학생 중 한 명인 정군은 학교수업 외에 학원에서 두 시간의 수업을 듣고 새벽 1, 2시까지 열람실에서 공부를 한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딴 짓 한번 않지만 성적은 중간 정도. 정군의 하루 일상은 곧 바로 프랑스 파리의 조르쥬 블락 중학교 4년생 마리 클레티르(16)양과 미국 유벌스티고 2학년 브라이언 론스트런(18)군의 자유분방한 생활과 대비됐다.
세 아이의 생활 모습은 교육에 대한 철학의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들의 인식의 차이가 얼마나 우리의 10대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는지 자연스레 생각하게 한다.
2부 ‘길 위에 선 아이들’은 10대 자신들이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이 방식은 EBS ‘10대의 표현, 우리가 말한다’라는 프로그램과 같다.
서울 경복고 1년생인 우민혁(17)군 등이 가출, 학교폭력, 성문제, 임신 등 10대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와 현상을 그들의 시각으로 담았다.
어른들이 간과하거나 보지 않으려 했던 가출 생활, 임신 문제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화면 속 내용은 “어른들만 몰라요”라는 말을 뼈아프게 깨닫게 했다.
이 다큐는 흔히 10대를 다룬 기존 프로그램의 오류를 벗어났다. 메시지나 문제점을 주장하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해 시청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게 유도했다.
또한 10대가 직접 제작하게 해 기존 제작진의 사고와 접근틀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여과 없이 드러나는 선정적인 화면은 시선을 끌기 위한 눈에 거슬리는 장치였다는 점은 비판이 따른다.
3부 ‘그리고…아무도 없었다’는 10대의 임신과 폭력 문제를 중심으로 외국 사례와 비교해 29일(토) 오후 10시 방송한다.
질식할 것만 같은 학교·가정에서 자신들의 출구를 찾아 나선 아이들의 일상을 담은 4부 ‘꿈꾸는 아이들’은 30일(일) 오후 10시.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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