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민주당과 자민련이 한나라당의 실력저지를 뚫고 국회법 개정안을‘날치기’ 처리한 국회 운영위는 여야의 고성과 몸싸움으로 얼룩졌다.날치기 처리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오후 2시17분께 잔뜩 굳은 표정으로 민주당 운영위원들과 함께 국회 의사당 2층 운영위 회의실에 진입을 시도했다. 오전에 2차례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실력저지벽에 막혀 개의조차 하지 못한 정총무로서는 3번째 시도.
회의장에는 30여분전부터 한나라당 의원 30여명이 위원장석과 여당의원 좌석까지 모두 점거 한 상태. 정총무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출입문을 잠근 뒤 자신을 에워쌓며 봉쇄하자 “누가 멋대로 문을 잠궜느냐”고 화를 내며 황급히 회의실 뒷문쪽으로 들어섰다.
즉시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부총무와 엄호성(嚴虎聲) 윤경식(尹景湜)의원등이 달려와 정총무가 위원장석으로 가는 것을 몸으로 막자 민주당 박광태(朴光泰) 이희규(李熙圭)의원 자민련 이재선(李在善)의원등이 이들을 밀어부쳤다.
회의장은 여야 의원과 비서관, 경위, 취재진등 30여명이 뒤엉키며 난장판으로 변했다. 야당의원들에게 떠밀린 정총무가 다시 한나라당 의원석 뒷편 통로를 이용해 위원장석으로 가려하자 야당의원들은 책상과 의자로 긴급히 막는 등 실랑이가 20분간 계속됐다.
순간 갑자기 회의장 뒷편에서 자민련 의원들에게 둘러쌓여있던 민주당 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가 “의사일정 2항(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겠다”고 기습선언을 하며 의사봉을 3번 두드렸다.
놀란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함을 치며 달려가 마이크를 뺏었지만 천부총무는 육성으로 가결을 선언했고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당이 다 해먹어라”“날치기는 무효다”라고 고함쳤으나 불과 10여초만에 상황은 끝났다.
총무 회담 및 상정시도 오전 10시 30분 열린 총무회담에서 민주당 정총무는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에게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회동해 물꼬를 트지 않았느냐”며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정창화 총무는 “여당이 강행하는 순간 국회는 스톱”이라고 일축했다.
정균환총무는 회담직후인 오전 11시 10분께 자민련 김종호(金宗鎬)대표권한대행을 찾아가 최종 전략을 숙의했다. 이어 민주당 의총은“이번엔 반드시 처리할 것”을 결의했고 정균환총무는 오전 11시 50분께 회의개의를 위해 운영위 회의실로 향했다. 그러나 문앞을 지키고 있던 김무성의원이 재빨리 달려가 위원장석에 앉아 버렸고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의원등 3~4명이 출입문 앞에서 버텨 진입이 무산됐다.
총무회담이 다시 열렸지만 진전이 없었다. 낮 12시 30분께 2차진입을 시도한 정총무는 한나라당의 육탄공세를 뚫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지만 야당의 완강한 저항에 위원장석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회의장은 여야간에 반말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여야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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