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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21]34. 늙음과 젊음-새로운 세대 계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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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21]34. 늙음과 젊음-새로운 세대 계약을 위하여

입력
2000.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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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힘세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그것을 깨닫기는 어렵다.그 아름다움과 힘셈 위에는 흔히 고뇌와 방황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젊음의 아름다움과 힘셈은 젊음이 지나간 뒤에야 실감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다른 모든 존재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시간 속에 갇혀 있으므로, 한번 지나간 젊음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나이든 세대가 젊은 세대를 질투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텔레비전 브라운관 안의 젊은 연예인들을 보며 자신의 몸이 너무 밉고 둔하다는 생각을 할 때, 또는 거리나 카페의 활기찬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야릇한 기시감(旣視感)을 겪을 때, 요컨대 그 젊은이들에 견주어 자신이 너무 나이 들어버렸다고 느낄 때, 구세대는 허전하고 고독하다.

게다가 그 젊은이들은 흔히 버릇없고 분방하다. 나이든 세대는 그들의 경박함이 못마땅하다.

계급이나 인종이나 성(性)과 달리, 육체적 연령은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놓고 보면 개인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진다.

즉 인간은 가령현상(加齡現象) 앞에서 평등하다. 그래서 나이가 사회 갈등의 중심축이 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그것이 갈등의 장(場) 안에서 적어도 제한적인 의미를 지니는 일은 흔하다. 젊은 세대는 그 젊음의 힘으로 흔히 낭만적이고 급진적이다.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과 소아시아에서 그 급진적 낭만성에 떠밀려 민주주의, 공화주의, 민족독립을 위해 싸웠던 몇몇 정치적 결사들은 ‘청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다. 마치니의 청년이탈리아당이 그랬고, 오브라이언의 청년아일랜드당이 그랬고, 크라마르시의 청년체코당이 그랬고, 이브라힘 테모의 청년투르크당이 그랬다.

그들의 반대편에는 늙은 보수주의자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에, 나이는 제한적, 간접적인 방식으로나마 갈등의 축을 형성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간극을 사회갈등의 분석틀로 삼는 세대론은 그래서 적어도 일면적인 정당성을 지닌다.

삶의 황혼이 서러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흔히 배제나 소외와 함께 찾아온다는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 노쇠는 사회 안에서의 지위와 역할의 상실을 동반한다.

더구나 늙음은 흔히 질병이나 고독과 함께 온다. 핵가족화의 심화는 노인들을 더욱더 외롭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21세기에, 배제는 노인들 못지 않게 젊은 세대에게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서기 2000년에 만 스무 살이 된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에게, 미래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나이든 세대는 자신들이 누려온 것만큼을 이 새로운 세대에게 베풀 준비가 돼 있을까? 선뜻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 세기말에 눈에 띄게 둔화한 경제 성장은 젊은 세대들이 그리는 미래를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IMF체제와 함께 사회에 진입하게 된 한국 젊은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평균 실업률을 훨씬 웃돈다.

거기에는 전반적인 불황이나 자동화 같은 구조적 이유들이 개재됐지만, 그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는 젊은 세대의 몫을 희생해서 자신들의 몫을 챙기는 데 망설임이 없었던 기성 세대의 이기심이었다.

이것은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 중에 많은 수가 그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새로운 세대가 일자리에서 배제될 때, 그들이 저소득 일거리와 실직 상태 사이를 오락가락할 때, 사회의 통합은 근저에서부터 흔들릴 것이다.

또 이런 배제는 점차 범죄에 의존하는 경제, 특히 마약에 의존하는 지하 경제의 온상이 될 것이다. 그 배제된 젊은이들은 파시즘에서 구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고용, 특히 젊은 세대의 고용은 과거에 선진국의 사회보장제도가 노인들과 병약자들의 배제를 피하려고 했던 것처럼, 사회적 관리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물론 젊은이들의 고용만으로 세대 사이의 평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사회가 고령화의 진전을 겪고 있다. 특히 제1세계에서 60세 이상의 인구는 어린아이들과 노동 인구에 견주어 급속히 늘고 있다.

지금은 이 연령대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2020년이면 거의 3분의 1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한국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60세 이상의 인구는 10%에 불과하지만, 2050년에는 20%에 이를 것이다.

지난 11일 세계인구의 날을 맞아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 및 한국 인구 현황’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연령은 현재 32.9세이지만, 2030년에는 42.1세로 높아질 것이다.

지구적 규모에서 실업률이 극적으로 낮아지지 않는 한, 피고용 인구에 대한 부양인구(노령자 미성년자 실업자 등 고용되지 못한 인구)의 비율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게다가 나이든 세대의 양적인 우세, 즉 유권자 숫자의 우세는 사회적 결정을 젊은이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세기 내내, 새로운 세대들의 경제적, 교육적 복지는 전세대에 견주어 나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노동할 수 있은 젊은 세대로부터 노동력을 상실한 나이든 세대로 소득 이전이 이루어지고, 각 세대는 자신들이 기여한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전체 시스템으로부터 받는 ‘세대 계약’이 적어도 선진 사회에는 존재했다.

그러나 이런 세대 계약은 이제 파기의 위험을 맞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꽤 촘촘했던 서유럽도 재정 적자와 기업채무의 증가로 사회복지 지출이 줄어드는 것을 목격하며 새로운 세기를 맞았다.

전반적인 인구 고령화를 감안하면 현재의 젊은 세대는 늙어서도 지금의 늙은 세대와 같은 물질적 복지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윗세대에게 자신의 소득을 나누어 주었지만, 자신들의 다음 세대로부터 그 만큼의 소득을 나누어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복지 수단들이 나이든 세대에서 젊은 세대로 온전히 계승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복지의 인프라가 거의 구축되지 못한 한국 사회의 경우엔, 복지 사회가 오기도 전에 복지 사회가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세대 또는 기성 세대가 미래의 세대 또는 새 세대에게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면, 그들은 지금의 성장에서 생기는 몫의 큰 부분을 떼어내 비축해 놓아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세대들은, 특히 선진국의 시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사회보장혜택을 줄여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세대의 계약이 돼야 한다. 이것은 정부가 지금 세대의 이기주의에 맞서서 미래 세대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세대보다 미래 세대에 더 마음을 쓰는 것은 진화의 법칙이 가리키는 자연적 명령이기도 하다.

편집위원

aromachi@hk.co.kr

■65세이상 인구 7%넘어

사회의 고령화가 진척되면서 자본가들은 실버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 나라도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섰다.

실버 산업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상품·서비스를 제조,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이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연금 제도의 확충으로 고령자의 경제력이 인구 비율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 실버 산업의 배경이다.

그것은 노년층의 배제를 완화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은’을 뜻하는‘실버’라는 단어는 ‘노인’이라는 말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대체하기 위해 판매자가 고안해 낸 이름이다.

실버 산업에는 홈케어서비스(home care service) 산업, 일일 탁로소(託老所) 사업, 유료의 양로 및 요양 시설 사업, 노인 전용의 의료 서비스 사업, 노인 전용의 아파트 건설업, 노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취미·오락 프로그램 사업, 노인 식품·노인 의복·노인용 생활 용품의 제조·판매 사업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노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종신 생계비나 의료비를 지급해주는 금융업이 있고, 노인 전용 식당이나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 센터 등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는 수익자 부담의 홈케어 대행업소나, 고령 후기의 노인을 대상으로 일상 생활을 도와주는 노인생활조력 센터가 지역 단위로 있다.

또 자녀의 주택 바로 옆에 조립식 집을 지어 자녀와 별거하면서도 동거하는 것과 같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인 ECHO(Elder Cottage Housing Opportunity)가 있다.

실버 산업의 활성화는 노년 사회학, 노년 심리학을 포함한 노년학과 노인의학의 발달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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