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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는 애들동화?

입력
2000.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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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를 잡아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개미’와 ‘이집트왕자’로 포문을 연 드림웍스. 20세기 폭스도 올여름 디즈니 애니메이션 독주를 막겠다고 나섰다.여기에 게임 업체까지 뛰어들었다. 이에 뒤질세라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선두 자리를 지키려는 디즈니. 그 치열한 경쟁은 한국 극장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 2차원과 3차원 그래픽 합성 애니메이션인 디즈니의 ‘다이너소어’(15일 개봉)에 29일에는 폭스의 ‘타이탄 A.E’와 게임 ‘모탈 컴뱃’을 만든 펜타포사의 ‘신밧드 2000’이 도전한다.

8월 12일에는 드림웍스의 세번째 애니메이션 ‘엘도라도’가 이어진다. 이들은 ‘디즈니의 아류’가 되지 않기 위해 저마다 개성과 매력을 내세운다.

디즈니의 전통인 동화적 분위기, 아기자기한 스토리, 가족영화이면서도 다분히 어린이 중심적인 느낌과 차별성을 시도하고 있다.

디즈니가 동화에 기대고 있다면 ‘타이탄 A.E’는 다분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모델이다.

SF란 장르가 그렇고 빠르고 현란한 장면변화와 액션의 시각효과, 장엄한 배경 위에서 섬세함보다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는 이 영화가 만들었던 ‘스타워즈’류의 또다른 버전이다.

주인공을 10대 후반의 반항아로 설정한 것이나 록 음악으로 영화의 리듬을 강하게 한 것은 10대 청소년의 취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반투명 외계인에 의해 지구가 파괴돼 사라진 3028년의 우주에서 케일이 죽은 아버지가 숨겨놓은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 우주선 ‘타이탄’을 찾아 다시 지구를 건설한다.

A.E(After Earth)는 바로 지구 멸망 후의 역사를 말한다. ‘스타워즈’에서처럼 늑대, 말, 개구리 등 동물을 괴상하게 형상화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아시아 관객을 위해 떠돌이 식민지로 뉴방콕을 집어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케일은 목소리 연기를 맡은 맷 데이먼과 정말 생김새까지 비슷하다.

그러나 순식간에 파괴된 지구가 우주공간에 다시 생겨나는 스토리의 황당함이나 그 과정의 비약은 차치하고라도 ‘타이탄 A.E’는 디즈니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여주인공은 ‘포카혼타스’나 ‘뮬란’ 같고, 천사들의 군무는 숲속 동물들의 춤과 노래를 연상시킨다.

제작과 감독이 디즈니 출신 돈 블루스와 게리 올드만(배우 게리 올드만이 아니다)이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신밧드 2000’은 컴퓨터 3차원 입체영상으로 만든 게임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선원인 신밧드가 공주의 부탁으로 마법에 걸려 옥에 갇힌 왕을 구한다.

‘2000’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로봇 같은 동물들, 우주선 같은 바다속 마법왕국, 외계인 같은 해저 생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밧드는 양탄자 대신 버섯처럼 생긴 해저 식물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왕을 구한다.

밝은 원색의 영상이 산뜻하지만 인물들은 표정 없이 입만 움직이고 행동도 마치 게임처럼 어색하다. 전체적으로 영화라기보다는 게임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스토리와 영상은 단순하면서 내용은 철학적인 것도 애니메이션 역시 단순히 테크놀로지만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황금의 땅을 찾아가는 ‘엘도라도’(감독 존 폴)는 소재, 주인공, 목소리 연기자(케빈 클라인과 케네스 브래너) 모두 성인 관객을 겨냥했다. ‘이집트왕자’부터 드림웍스가 내세운 전략이다.

그러나 소재의 흥미 부족, 단순한 구성으로 미국 흥행에 실패했다.

손이 아닌 컴퓨터 애니메이션 시대가 오면서 다양한 기술과 색깔의 작품을 내놓고 있는 할리우드. 그러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끝없이 변신하는 디즈니를 따라잡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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