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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는 지금'개점휴업'

입력
2000.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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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가 뒤숭숭하다.개각여부와 시기, 폭을 둘러싼 소문들이 무성해지면서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사실상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파행국회까지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있는 상태다. 구조개혁과 금융시장안정, 의약분업 등 핵심현안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시점에 개각을 둘러싼 결론없는 소모적 상황이 한달가까이 진행됨에 따라 관료사회의 불안정이 증폭되고 심각한 행정공백 우려까지 낳고 있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달들어 정책방향토론과 현안조율을 위한 부처간 장·차관급 회의가 부쩍 줄어들었다. 원칙적으로 매주 열리던 경제정책조정회의, 경제장·차관간담회, 금융정책협의회등 고위급 회의는 7월이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물론 남북회담, 파업, 국회등 다른 일정들이 많아진 탓도 있다. 그러나 개각과 정치일정의 불투명성에 따른 불안정한 정부부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장관들의 거취가 불투명하다보니 새로운 정책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결국 부처간 토론도 없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한 고위직 공무원은 “개각얘기가 나오면 민감한 사안이나 중장기 정책은 기안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만약 새 장관이 오게 되면 정책을 다시 짜야할 지도 모르는데 누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개각설은 상위직부터 하위직까지 연쇄적 행정진공상태를 초래하고 있다. 차관보급(1급)은 차관승진을 위해, 국장급은 1급 승진을 위해 ‘물밑활동’이 바빠지고, 출신지역·고교·부처별 ‘인맥’도 되살아난다. 전향적 정책개발이나 민원인들의 하소연이 눈과 귀에 들어올리가 없다.

전직장관 L씨는 “과거 장관내정설이 나돌면서 해당부처 국장 몇명이 업무브리핑을 하겠다고 직접 찾아와 인사부탁까지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각설로 가장 뒤숭숭한 곳은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금융감독위원회등 경제·사회부처. 공교롭게도 금융·기업구조개혁, 금융시장안정, 의약분업, 과외등 한결같이 핵심현안이 걸린 부처들이다. 어느 때보다 행정의 집중력과 일관성이 요구되는 분야임에도 불구, 오히려 개각설에 휘말려 중심과 안정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개각설이 나돌기 시작한지 한달째.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데도, ‘개각이 있다’‘없다’에서부터 경질설과 유임설이 하루에도 몇번씩 뒤바뀌는 소문이 확대재생산되면서 행정불안은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국정운영의 지속성과 행정공백방지를 위해선 차제에 ‘개각’방식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차적으론 장관들에게 업무파악 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잦은 개각이 문제이고, 꼭 해야할 개각이라면 ‘유비통신’이 확산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단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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