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의 유일한 단점은 ‘사람들의 시선’입니다”온 사회를 휩쓰는 ‘대물(大物) 열풍’ 속에서도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굳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경차 애호가 모임인 PC통신 동호회 ‘TAM’을 만든 손길원(28·컴퓨터기기판매업)씨나, 역시 경차 애호 인터넷 사이트인 ‘1000cc.net’를 운영하고 있는 이동진(23·컴퓨터프로그래머)씨도 그런 이들이다.
1998년 티코·아토스·마티즈의 머리글자를 따 ‘TAM’을 결성한 손씨는 티코의 주인이고, 지난해 1,000cc이하 경차를 의미하는 1000cc.net를 만든 이씨는 마티즈를 몬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동차는 이제 신발과 같은 것인데, 아직도 이걸 무슨 귀걸이나 반지 등과 같은 액세서리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무분별한 ‘대물선호세태’를 꼬집었다.
이들이 열거하는 경차 자랑은 끝이 없다. 복잡한 길과 좁은 골목에서도 이동·주차에 거칠 것이 없는데다, 구입·유지비도 저렴하고 모양까지 앙증맞게 예쁜 경차가 우리 사회에서 푸대접 받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단다.
“호텔에 티코를 타고 가면 문도 안 열어줘요.” “친구의 사브승용차를 몰고 강남구 청담동 옷가게에 갔을 때는 가방까지 들어주며 온갖 친절을 다 베풀더니, 마티즈를 타고 같은 곳에 갔을 때는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유명식당에 가면 안 보이는 구석에 차를 주차시키라고 해요.”
이런 비뚤어진 ‘경차경시’풍조는 후진국에서나 보이는 ‘촌스러운’ 문화라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공영주차장의 경차 주차료 50% 할인혜택을 없앤 것에 대해 “과소비를 억제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합리적인 소비자들을 키워야 경제도 살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생각에 경차 이용자는 “이미 애국자”이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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