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잔인한 여름’을 나고 있다. 다른 업종은 대부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 수준의 경기를 회복했지만, 건설업만은 바닥을 면치 못하며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특히 우방이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현대건설 등의 유동성 문제도 좀처럼 풀리지 않아 ‘한여름 건설괴담’마저 나도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4월말까지 건설업체들이 주식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5,510억원으로 전체 산업의 직접금융 조달금액의 2.3%에 불과했다.
이는 96년 12.2%, 97년 9.9%, 지난해 8.0%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자금경색과 함께 건설업계를 괴롭히는 큰 요인은 일감은 줄었는데 업체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일반 건설업체수는 97년 2만7,825개에서 지난해말 3만4,859개로, 지난 4월말에는 3만6,243개로 늘어났다.
반면 전체 수주실적은 97년 79조원에서 지난해 51조원으로 36%나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업체별 평균 수주액은 97년 202억원에서 지난해 99억원, 올들어서는 32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우선 정부의 공공발주 물량이 대폭 줄었다. 신공항, 고속철도 등 대형 국책사업이 끊긴지 오래인 데다, 금융구조개혁에 재원이 집중되다 보니 정부도 신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이후 아파트 건설로 숨통을 돌리려 했으나 그마저 분양이 저조해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공사물량이 없는데도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핸드폰 컴퍼니’가 난립, 시장을 더욱 어지럽히고 있다. 시공능력 없이 면허증 하나만 갖고 공공 공사를 수주해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 넘기는 부실 업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대책도 수요(공사물량)와 공급(건설업체)의 불일치를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건설산업연구원 신기덕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2~3년내에 정부의 대규모 신규사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격없는 업체가 공사발주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준농림지 폐지 같은 정부 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주택건설업체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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