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에 대한 확인은 코믹 액션과 공포 영화가 한다.‘춤추는 대수사선’(22일 개봉)과 ‘링2’(29일 개봉). 예술 영화는 예상 밖의 저조, ‘러브레터’ ‘쉘 위 댄스’에서 보듯 감성 멜로 드라마는 흥행 폭발. 그렇다면 오락과 상업성으로 본격 무장한 이 두 작품은.
이들은 먼저 자국의 기록을 내세운다. 14개월 장기 상영, 지난해 일본 흥행 1위이자, 역대 4위인 관객 700만 명 동원. 어떻게 이런 성적이 가능했을까.
▥ 춤추는 대수사선
‘춤추는 대수사선’은 드라마(후지TV의 미니시리즈)에서 영화로 탈바꿈했다.
일본은 드라마도, 애니메이션도 TV 시리즈가 먼저이다. 그래서 인기를 얻으면 영화로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다.
드라마 냄새 물씬… '형사이야기'
그것을 본따 얼마 전 우리도 ‘종합병원’을 시도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문화 수용방식의 차이도 있지만, 일본은 단순 축약이 아닌 드라마를 확대 재생산하는 응집력과 폭발력을 갖고 있다.
‘춤추는 대수사선’(감독 모토히로 카츠유키)의 경우는 배우는 물론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 정서까지 그대로 갖고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부분의 내용을 바꾸는, 친숙함과 차별성을 동시에 시도한 셈이다.
사극을 빼고는 심각하지 않은 일본 드라마. 도쿄 한 경찰서 관할에서 살인과 경찰서내 절도, 그리고 경찰청 부국장 납치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그것을 3일 동안에 해결하는 경찰의 활약을 담은 영화 역시 무겁지 않다.
덤벙대는 젊은 형사 아오시마(오다 유지)와 그의 파트너인 여형사 스미레(후카츠 에리)와 만년 말단 노형사 와쿠(이카리야 초스케)를 축으로 세 개의 사건을 교묘하게 엮어간다.
덤벙대고 어수선한 일본 특유의 분위기. 그러나 능청과 풍자는 경찰의 관할 떠넘기기, 경찰 간부의 무능과 책임 회피, 도쿄대 출신들의 엘리트주의를 비판하고, 어이없는 사건에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론 심각한 대응은 건강하지 못한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오시마와 경찰청 간부로서 특별수사팀 본부장으로 온 옛 동료 무로이(야나기바 토시로)의 신세대 감각의 우정. 때문에 ‘춤추는 대수사선’은 다양한 시청자를 겨냥한 드라마의 냄새가 난다.
그 속성은 지나치게 슬로 모션이 많은 영상과 화면구도, 카메라의 움직임과 군국주의적 결말에도 나타난다. 그 5%의 지루함 때문에 95%의 재미가 반감된다.
▥ 링2
이미 스츠키 코지의 원작과 1편이 소개됐고, 우리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때문에 이제 ‘링2’(감독 나카다 히데오)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닌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하는 공포
그래서 관객은 더 냉정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일본 영화가 원작을 새로운 구성으로 소화해 내는 솜씨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장치나 특수효과 없이 답답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저주의 근원인 죽은 사다코의 악령을 찾아가는 과정이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킨다. 오히려 시간의 강박을 느끼는 것은 관객이다. 영화는 그것으로 심리적 ‘공포’를 노린다.
수사극 형식의 ‘링2’에는 1편의 조연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죽은 류이 교수의 조교인 마이(나카타니 미키)와 류이의 부인인 레이코의 조수였던 오카자키(오노 마사히코)가 사건을 풀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그들에 의해 밝혀지는 1편에서 비디오 테이프를 본 류이의 아들 요이치와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여고생 마사미(사토 히토미)에게서 나타나는 저주의 염력. 다름아닌 버림받은 사다코의 분노였다.
그것을 이번에는 가족사랑(죽은 류이가 우물에서 나타나 아들에게 들어온 악령을 가져간다)으로 풀어내는 ‘링2’ 역시 다분히 동양적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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