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북한산을 지켜냈다는 사실이 제일 기쁩니다.”‘7월의 시민기자’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유재복(劉載福·42·삼성물산 주택부문 차장)씨는 이렇게 대답했다.유씨는 전국에 안 가본 산이 거의 없다는 ‘산(山)사람’. 10년째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북한산을 오른다. 그런 그에게 5월부터 시작된 구기동~대남문 구간의 철계단과 대성문~평창동 구간의 돌계단 공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멀쩡한 등산로에 철계단을 설치하고, 흙으로 잘 정비하면 되는 돌계단을 외부에서 헬기로 돌까지 날라와 새로 만들고 있었다. 철계단은 보기에도 흉할 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있었다.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관리사무소측에 몇 차례 항의를 해도 공사가 계속되자 그는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한국일보사와 환경운동연합에 보냈다.
그의 투고는 A4 용지 4매에 사진 5장을 붙인 보고서 수준. 이렇게 투고하는 일이 번거롭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번거롭다. 그런데 시민들이 조금만 번거로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 세상은 훨씬 좋아질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독자투고를 통해 배웠다”고 대답했다.
그는 계단 설치가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등산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공사를 계획한 사람들은 아마 등산을 한번도 안해본 사람들일 겁니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길이 계단입니다. 보폭을 자기 마음대로 못하고 일정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힘이 들고 걷는 재미도 없습니다.”
그가 즐겨 오르는 북한산 길은 구기동∼비봉∼대남문∼평창동 코스로 산행에는 중학생 아들도 자주 동행한다. 그는 “아들 손을 잡고 산을 오르다 보면 모든 갈등이 풀리는 것 같다”며 많은 부모들에게 자식과의 산행을 권한다.
그는 또 산행을 위해서 무선통신(HAM)을 배우기도 했다. “조그만 무전기 하나 들고 정상에 올라 다른 산 정상에 있는 사람과 교신하는 재미가 상당하다”는 그는 무전기 덕분에 산에서 조난을 당한 사람을 구해준 경험도 몇차례 있다. 산마다 정상까지 도로를 놓고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불만이라는 유씨는 “산을 산인 상태로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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