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실. 의료보험 통합으로 새로 조직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출범식이 화려하게 열리고 있었다. “(건강보험은) 사회통합에 기여하기 위한 개혁이자 시대적 요청…”, “전국 어디서나 신속하고 편리한 민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전날 노조원으로부터 수모를 당한 박태영(朴泰榮)이사장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이렇게 공언했다.열흘뒤인 10일 공단은 사회보험노조(옛 지역의보노조) 위원장 등 노조원 49명을 파면 등 중징계했다. 업무공백으로 각종 민원이 파행을 겪자 다시 일주일 뒤인 17일 무려 1,000여명에 가까운 대체인력 투입을 결정했다.
‘노조 말살 획책’이라며 노조가 극렬히 반발했다. 그러자 다음날 공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자원봉사자 몰려’라는 엉뚱한 제목의 보도자료 한장을 뿌렸다. 그대로 옮기자면 ‘어려운 사정의 공단을 돕기위해 민원안내와 상담를 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보험 통합 후 불과 20일 사이에 온갖 이상한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 반면 공언했던 ‘건강보험 서비스’, ‘질 높은 의료서비스’ 등 통합의 효과는 온데간데 없이 실종됐다. 온통 노·사간 갈등과 반목 뿐이다.
20일 보험료 문의를 위해 공단에 들른 안모(45·상업)씨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왠 경찰이 이렇게 많나요. 직원들은 다들 어디 갔어요?”
‘공단(公團)’아닌‘공단(空團)’으로 전락한 모습에 시민들만 안타까워하고 있다. 공단의 노·사, 그리고 손을 놓고 있는 정부는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후유증 치유도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김진각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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