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올리가르히(과두지배세력)의 수장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54·사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정면도전하고 나섰다.17일 푸틴의 권위적인 국가 개혁에 동참할 수 없다며 국가 두마(하원) 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베레조프스키는 18일 자신의 3개 미디어 회사를 하나로 통합,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지키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부터 계속된 올리가르히들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에 불만을 표시해 오던 그는 최근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의 공금 횡령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사정의 손길이 자신에게 미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베레조프스키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임기 말년 자신이 운영하는 코메르산트 데일리 등을 통해 푸틴이 적임자임을 홍보했다.
또 크렘린의 비공식 킹메이커인 올리가르히 세력을 규합, 5월 취임한 푸틴의 정당성을 열렬히 지지했다.
그러나 중앙집권강화와 경제개혁을 선언한 푸틴에게 이들 올리가르히 세력은 언젠가 맞서야 할 벽이었다.
연방 해체 이후 사유화된 국영기업들을 장악해온 올리가르히는 지난달 부터 언론재벌 '미디어 모스트’,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루크오일’등에 대해 압수수색 및 세무조사등 예상보다 강력한 제재가 닥치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또 정부는 대기업들이 각 지방의 정치인들과 개별적으로 하던 산업자원에 대한 거래를 금지시켜 손발을 묶었다.
베레조프스키 역시 무법천지이던 초기 자본주의 이행기를 틈타 최대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스, 거대 석유회사 시브네프트, TV방송사 ORT등 3개 언론사의 실권을 장악하면서 올리가르히 세력의 대표가 됐다.
따라서 이번 그의 반 크렘린 움직임은 푸틴이 해결해야할 최대 정치과제로 꼽히고 있다.
베레조프스키는 최근 자신이 49%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반 관영 ORT의 이사에 자신의 딸을 선임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이번 자신의 3개 미디어사 합병으로 앞으로 계속될 푸틴의 법률적 제재 가능성에 대해 그가 '여론전’을 펼칠 준비를 끝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하원의원직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푸틴의 모든 조치는 권력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라며 푸틴을 독재자로 몰아부쳤다.
그는 또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식 권위주의 시장경제냐, 유럽식 자유주의 시장경제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집권초기 경제개혁을 위해 강수를 택한 푸틴과 베레조프스키로 대표되는 올리가르히와의 대결은 향후 러시아 국가경제 및 정국 주도권을 누가 장악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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