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정치·안보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가입하고 이를 계기로 북미, 북일 외무장관 회담이 개최되면서 ARF가 새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북한의 ARF 가입 아세안은 27일 방콕에서 열리는 ARF 외무장관 회의에서 북한을 23번째 회원국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북한은 ARF에 가입하기 위해 올들어 호주 브루나이 필리핀과 잇달아 수교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아세안 회원국들에게 보여 주었다.
ARF는 지역 안정의 최대 골칫거리로 간주됐던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힘으로써 아태 지역내 유일한 안보 협의체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ARF는 1994년과 99년 회의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우려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했으나 '속빈 강정’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북한이 다자간 회의에 참여한 것은 1970년대 비동맹회의와 1990년 유엔이 유일하다.
북한의 ARF 가입은 향후 북한을 지역 관계의 주요 흐름에 동참시켜 전반적으로 지역의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역내 국가들과 정치·안보 교류를 통해 기존의 호전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북한은 이미 ARF에 가입 과정에서 핵확산 금지 등 결정사항을 준수키로 약속했다.
특히 이번 ARF 회의를 무대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 북미, 북일 외무장관 회담은 ARF의 위상을 한층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과 미국 일본 외무장관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역분쟁 행동규범 ARF의 핵심 회원국인 아세안은 이번 회의에서 지역내 분쟁방지를 위한 야심찬 행동규범(Action Plan)을 제안할 예정이다.
가칭 '태평양 협약’으로 명명된 이 규범은 아태지역에서 무력에 의한 분쟁해결을 방지하기 위한 최초의 집단 안보공약의 성격을 띨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ARF는 과거 냉전시대의 적성국들을 포함한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매년 한차례씩 모여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와 이해를 구축, 역내 안정을 유지한다는 취지로 1994년 태국에서 출범했다.
유연한 개입 원칙 ARF가 부상함에 따라 포럼의 주축인 아세안은 외부적 위상 강화에 걸맞게 역내 회원국간 결속 다지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회원국의 내정에 일절 간섭하지 않았던 그동안의 불간섭주의를 포기하고 정책협조를 도모하는 '유연한 개입’을 새로운 원칙으로 채택한 것.
회원국들은 이번 ARF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에 자체 회의를 갖고 역내 분쟁조정을 위한 '고등평의회’라는 기구 설치를 검토키로 했다.
이 기구는 향후 난사(南沙)군도 등에서 분쟁이 일어났을때 외무장관들이 즉각 회동, 대화를 시작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들은 또 고촉동(吳作東) 싱가포르 총리가 제의한 인터넷을 이용한 '아세안 블록’ 구축, 즉 'e-ASEAN’ 프로젝트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1998년 하노이 정상회의에서 역애 무역-투자 자유화 원칙에 합의한 아세안은 이미 지난해 부터 경제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각국 경제 부처가 다른 회원국에 경제정책을 주문하는 '상호 감시’를 시작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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