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다른 주요 그룹들을 굽어보는 ‘슈퍼재벌’로 우뚝 서서 유례없는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대부분의 계열사가 흑자경영으로 돈을 쓸어담고, 외국인을 비롯한 시장의 평가도 줄곧 A학점이다. 반면 ‘경제권력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고, 3세로의 변칙증여 논란 등 글로벌 스텐더드에 못미치는 기업풍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상 최대 호황 삼성은 상반기에만 60조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64조원)과 맞먹는다. 삼성 관계자는 “화폐가치를 따지지 않는다면 지난해와 올해, 2년간 매출이 삼성 창업이후 98년까지 63년간 매출의 1.5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삼성의 올해 매출목표는 125조원.
이익도 엄청나다. 상반기에만 5조1,000억원의 순익(세전)을 낸 삼성은 올해 세후 순익을 8조원으로 전망한다.
대호황의 1등 공신은 ‘월드 베스트’제품들이다. 삼성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12개나 갖고 있다. 64메가D램 반도체(20.7%),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18.3%), 브라운관(19%) 등이 대표적이다.
상장사 시가총액의 4분의1 돈을 많이 벌다보니 시장의 평가도 좋다. 삼성그룹 14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77조9,176억원(14일 종가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장사 시가총액(298조5,000억원)의 26.1%에 달한다. 이는 현대, LG, SK 등 나머지 3대 그룹, 37개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한 금액(약 78조1,000억원)과 비슷하다.
이같은 성과는 괄목할만한 영업 실적과 재무구조 건실화 등의 구조조정 덕분이다. 삼성은 97년말 59개였던 계열사를 45개로 줄였고, 인력도 16만명에서 11만명으로 감축했다. 삼성은 현재 25조원에 달하는 차입금(해외법인 포함)을 올해말까지 20조원으로, 부채비율은 150%대에서 130% 이하로 낮출 작정이다.
삼성 패권에 대한 우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과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다.
무엇보다도 삼성이 흔들리면 기업 전체가, 나라 경제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달러박스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세계시장 수급 불균형으로 타격을 입으면 삼성전자→삼성그룹→기업전체·주식시장이 연쇄적으로 당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1(27.6%), 반도체 부문은 전자 매출의 절반에 육박(44%)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견제받지 않는 경제권력의 폐해도 우려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계열사 지분에 손도 대지 않은 채 장남 재용씨에게 수조원의 계열사 지분을 취득케 한 것은 대표적 사례. 이밖에 직간접 금융시장에서 자금 독식이나, 정치 권력과의 유착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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