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일 전 코리아타임스 논설주간의 7월13일자 특별기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오해부터 바로잡고 싶다. 새 로마자 표기법이 1959년 문교부에서 채택한 방식보다 개선되기는 했으나 뼈대가 같다고 한 부분이다.‘독립문’이 1959년 문교부 표기법으로는 ‘Dog_rib_mun’이 돼 우스꽝스러웠다고 했는데, 발음을 옮기는 방식인 새 로마자 표기법으로는 ‘Dongnimmun’이기 때문에 1959년 문교부 표기법과는 근본 원칙이 다르다. 그러므로 새 표기법을 1959년 문교부 표기법과 ‘뼈대가 같다’고 한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홍 주간의 논지는 새 표기법을 세계의 항공, 관광업계와 미국측이 따를 것 같지 않으니 표기법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전의 로마자 표기법은 로마자 표기의 실수요자인 외국인들에게도 매우 불편한 방식이었다.
‘신천’과 ‘신촌’, ‘언양’과 ‘온양’, ‘거창’과 ‘고창’, ‘동일로’와 ‘통일로’, ‘주(朱)’씨와 ‘추(秋)’씨를 똑같이 표기하는 게 종전의 로마자 표기법인데 이런 말들을 구별해 표기함으로써 그동안 외국인들이 겪은 혼란과 불편을 덜어주자는 데 로마자 표기법 개정의 뜻이 있다.
만일 ‘신천’과 ‘신촌’, ‘동일로’와 ‘통일로’가 구별되지 않더라도 외국인은 불편할 것 없으니 그냥 반달표나 어깻점을 생략한 채 종전의 표기법을 그대로 써야 한다면 이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구별해야 하는 ‘ㄱ, ㄷ, ㅂ, ㅈ’과 ‘ㅋ, ㅌ, ㅍ, ㅊ’을 구별하지 않으면서 ‘ㄱ, ㄷ, ㅂ, ㅈ’은 유성이냐 무성이냐에 따라 구별해 표기하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애초에 로마자 표기법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매우 부당한 표기법이었다.
이런 잘못된 표기법을 바로잡지 못하고 60년간이나 방치해온 데 대해 우리는 매우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제라도 불합리하고 왜곡된 표기법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 뚜렷한 이유 없이 반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홍 주간도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언젠가는 더 합리적인 방안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남북한이 합의안을 만들어서 쓸 것을 제안했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옳은 지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남북한이 국제화한 정도의 차이, 합의안에 이를 때까지 걸릴 예상 시간 등을 고려하면 마냥 표기법의 정비를 미루고 있을 수 없다.
더욱이 로마자 표기법 개정에 따른 도메인 분쟁 등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새 표기법을 정착시키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김세중(金世中)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