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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극단ZIZ '깔리귤라 닷 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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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극단ZIZ '깔리귤라 닷 컴'

입력
200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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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하늘을 바닷물에 녹여 버리고 아름다움과 추함을 혼합해서, 고통 속에서 폭소가 폭포처럼 솟아 오르게 하고 싶어.” 로마 제국 최악의 폭군 깔리귤라의 좌충우돌하는 욕망은 가히 우주적이다.극단 ZIZ(짓)의 창단공연작 ‘깔리귤라 닷 컴’.

부조리 작가 알베르 카뮈가 1938년 탈고해 그의 작품들 가운데 최고 인기의 반열에 드는 작품이다.

원작의 풍부한 상징성 덕분에 연극적 상상력을 무제한적으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을 18개 에피소드로 토막토막내 두 시간짜리 옴니버스극으로 꾸몄다. 손병호 각색·연출.

절대권력자가 반란에 사라지기까지의 궁중 잔혹사로 무겁게 끌고 갈 수도 있을 작품이다. 그러나 이 무대는 격렬하다.

쿵쿵 몸을 날리고, 달을 상징하는 큰 공과 책상 등 소품들을 재빨리 치우고 배치하는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에는 창단작의 패기가 넘쳐 난다.

부조리 잔혹극으로 나타나기 일쑤인 원작은 ‘정적 죽이기’ ‘검투사 격투’ ‘무용극’ 장면 등 토막토막 해체된 에피소드들로 휘발된다.

의식이 유아 수준으로 퇴행한 절대권력자의 광기를 몸부림으로 실현해 보이는 박길수의 연기가 뜨겁다.

그가 아내 까에조니아와 정사를 벌일 때, 베트맨과 캣우먼으로 변신하는 대목은 키치적 상상력의 표본이다. 탄압받는 백성 장면에서 아홉 명의 배우가 펼치는 마임 연기는 최근 보기 힘들었던 집단 마임의 모범이다.

분노한 민중이 궁성으로 몰려 든다. 테크노 음악 속에서의 칼춤 군무. 그러나 칼리귤라는 끄떡도 않는다.

“나는 아직도 살아 있다!”며 득의만만하게 외쳐대는 그를 내리치는 것은 뒤에서 숨어 이 모든 소란을 지켜 보던 귀족의 칼. 객석을 등지고 있던 귀족에게 칼 같은 핀 조명이 꽂힌다.

막 내리기 직전, 객석을 반쯤 돌아다 보는 그의 입끝에는 보일듯 말듯 웃음이 냉혹하다.

이미지가 분산·해체된 웹 사이트 이름으로 바꾼 제목만큼이나 경쾌한 속도감 덕에 N세대 관객이 인터넷 연극 관련 사이트에 올리는 관극 소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기(狂氣)는 간지(姦智) 앞에 결국 무릎 꿇는다는 역사의 진실까지 살짝 보여주는 이 연극은 30일까지 아룽구지극장에서 공연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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