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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칼럼/우리 통일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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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칼럼/우리 통일방안은

입력
200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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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인 95.7%가 남북 정상회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6.15 남북 공동선언 직후에 한국일보가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50.4%가 정상회담 성과에 '대단히 만족', 45.3%가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조사의 오차를 감안하면 만장일치나 다름없다. (6월17일자 한국일보 1면)그러나 이 조사는 국민들 반응의 다른 일면도 보여준다. 공동선언의 핵심이라고 할 제2항(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음을 인정하고‥)에 관련된 문항에서 응답자의 47.5%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47.1%가 ‘남북의 통일방안을 정확히 알지 못함으로 답변할 수 없다’는 유보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두 갈래 반응은 국민들이 정상회담 성과에 대하여 만족감과 궁금증을 동시에 느끼고 있음을 말해 준다. 총체적으로는 환영하지만 각론(各論)에 들어가서는 ‘잘 모르겠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정상회담이 있은 지 한달 남짓한 지금은 어떨까. 그 사이 남북관계 진전에 비추어 국민들의 만족감은 더 높아졌을 수가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로서는 그 사이 평양을 다녀 온 사람들이 찔금 찔금 흘리는 일화성(逸話性) 또는 홍보성 얘기 말고는 들은 것이 별로 없다. 많은 것을 기대했던 국회는 친북(親北), 반통일(反統一) 시비를 거듭하다 파행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국민들은 궁금증을 넘어 혼란마저 느낀다. 이래 가지고도 국민적 합의에 바탕한 정상회담의 후속조치가 가능할까.

그렇잖아도 정상회담에 관련하여 궁금한 것은 하나 둘이 아니다. 마침 통일부가 작성한 “남북공동선언 쟁점과 설명관점(觀點)”이란 문건이 그런 궁금증을 16개 문항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그 중 공동선언 재2항에 관련해서는 이런 물음이 있다.

▶대통령은 ‘3단계 통일방안’에 기초해서 협상했는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기초해서 협상했는가.

여기서 말하는 ‘3단계 통일방안’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소 지론(持論), ‘공동체 통일방안’은 89년 노태우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이다. 양쪽 모두에 ‘공화국 연합체’와 ‘남북연합’이라는 연합제안이 들어있다.

위 물음에 대한 문건의 대답은 이렇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공동선언 제2항에 말한 연합제안은 바로 ‘공화국연합체’가 아닌 ‘남북연합’이란 설명이다.

이 설명으로 궁금증 하나가 풀렸다면 그만이다. 김 대통령이 검증받지 않은 사안(私案)을 가지고 협상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한 해명도 될 수가 있다.

그러나 10여년 전 6공의 통일방안이 지금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방안을 국민의 정부가 계승했다면 그 방안과 ‘3단계 통일방안’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두 방안이 서로 다른 점은 앞으로 어떻게 조정이 될까.

생각이 이에 이르러 새삼 깨닫는 것은 국민의 정부가 지난 2년 반 동안 줄기차게 통일정책을 추진해 오면서도 나름의 통일방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건설공사에 비유한다면 시공계획은 있으되 설계도는 분명치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남북관계 변화에 상응한 통일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혼란과 오해를 막는 길이 된다. ‘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한다면, 그 뜻을 밝혀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이 좋겠고, ‘3단계 통일방안’을 반영하여 더 정제된 통일방안을 마련할 수가 있다면 그 구상을 빨리 공론화(公論化)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것이 옳다.

이런 일들을 위해서 더욱, 국민들의 궁금증을 푸는 일이 급하고 대토론이 필요하다. 여·야간에도 좀 더 활발한, 논쟁(論爭) 아닌 논전(論戰)이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본사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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