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개혁피로감 등 ‘국제통화기금(IMF) 3년차 증후군’을 언급할 때마다 멕시코는 반면교사로 거론된다. 94년 12월 페소화 폭락으로 우리보다 3년 앞서 IMF체제를 경험했던 멕시코는 지금 정치·경제적으로 새로운 실험을 진행중이다.71년만에 야당 출신의 비센테 폭스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멕시코는 최근 국가경쟁력 강화전략으로 쌍무 자유무역협정(FTA)을 선택했다. 날로 불확실성을 더해가는 통상환경속에서 우리 통상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멕시코의 창(窓)을 통해 모색해본다.
-빈부격차 대미종속 기술경쟁력 등 숙제로
“2,500만달러짜리 저택과 상수도 및 전기공급이 안되는 근로자들의 ‘벌집촌’이 공존하는 것이 멕시코 마킬라도라(보세가공)산업의 주무대인 티후아나의 현실입니다.
” 현지 삼성복합단지 최창호 전무의 이 말은 멕시코 경제번영의 키워드로 통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단면이다.
멕시코 세디요정부의 통상정책 책임자인 에르미니오 블랑코 통상산업개발부장관은 “NAFTA 출범이후 최근 6년간 대미수출이 180% 늘었고 100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우선 원유와 마킬라도라를 중심으로 한 대미수출은 초기 5년간 연평균 18.9%가 성장, 98년 이후 일본을 제치고 미국의 2대교역국(1,880억달러)으로 부상했다.
특히 자동차와 섬유산업의 경우 NAFTA 역외국가에 대한 차별로 아시아-미국의 교역 상당규모가 미국-멕시코로 전환돼 막대한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NAFTA 출범 전 연간 40억달러에 불과했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도 FTA협상이 시작된 91년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연평균 100억달러 규모로 급증했다.
이 결과 마킬라도라 산업 진출기업은 93년 2,000개에서 4,300개(98년 9월 기준)로 늘어났고 공개실업률도 92년 이후 최저수준인 2.3%(99년 7월 기준)로 낮추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무역장벽이 허물어지고 수출드라이브가 걸리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도산사태가 이어졌고 농산물과 축산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멕시코 국립대학의 고디네스교수는 “NAFTA에 따른 제조 중소기업들의 희생 위에 대기업과 마킬라도라산업이 성장한 셈”이라며 “NAFTA가 멕시코 경제에 미친 효과도 95~99년 연평균 2.5%의 경제성장률에 그쳐 이 시기 평균 인구성장률(2.5%)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대미 교역의존도의 심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NAFTA 이전 70%수준이던 대미의존도는 99년 수출의 88.2%, 수입의 74.3%로 심화됐다.
특히 고용창출 역시 단순생산 위주여서 국가 기술력 향상효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 산업인프라투자 등 점증하는 재정수요와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겪고있는 실정에서 수출기업에 대한 관세 인센티브를 무한정 연장할 수 없는 딜레마도 멕시코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독자적인 기술과 산업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싼 노동력과 외국자본에 의존한 외형적 팽창은 껍데기 성장에 불과하다는 현지 기업인과 학계의 지적은 FTA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통상정책 당국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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