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뜨는가’7월 1일 개봉 이후 2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기록하며, ‘쉬리’에 육박하는 대박을 예고하는 한국형 블럭버스터 ‘비천무’.
그러나 개봉 다음날 ‘안티비천무(http://antib1000.inticity.com)’사이트가 개설돼 연일 성토와 공박이 이어지는 등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와이어액션(피아노줄을 매고 하는 액션)의 화려함과 상하이 현지 촬영의 정교한 세트 등, 이 영화는 볼거리로 충만하다.
전국 118개 극장 동시개봉 등 막강한 배급력도 큰 흥행요소다.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도 작품에 대한 논란을 후한 평가로 덮으며 ‘뒷얘기’를 만들어내는 데 열중했다.
무엇보다 원작에 대한 기대감과 ‘안티사이트’개설 등 논란에 대한 호기심이 관객 동원에 크게 일조했다.
일부 관객은 “만화와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며, 만화의 잣대로 영화를 평가절하하는 태도에 대해 우려를 보인다.
이런 우려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정보의 밀도가 높지 않은 ‘핫 미디어’인 만화는 그만큼 몰입을 요구한다.
독자는 만화를 보며 각자 자기만의 진하, 설리를 만들어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반면 ‘쿨 미디어’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는 그만큼 수용자가 개입할 폭이 좁다. 어느 작품이든, 만화적 상상력에 대한 영화의 배신은 만화팬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
만화 vs 영화
김혜린의 ‘비천무’는 일찌기 1980년대 말 한국 순정만화의 새 길을 개척한 역작이다. 신데렐라 컴플렉스와 할리퀸 소설의 정형성을 탈피했을 뿐 아니라 원나라 말기 진우량과 주원장, 장사성이라는 세 건국 영웅의 정립(鼎立)과 각축을 삼국지와 같은 장쾌한 서사시로 담아내고 있다.
남송인, 고려인 등 천대받는 이민족의 한과 누가 승자가 되든 전쟁통에 피폐해지는 상민들의 삶 등 뚜렷한 역사관까지 깃들인 작품이다.
주인공의 캐릭터도 단순하지 않다. 진하의 잔혹한 변신은 처참하게 몰락한 집안의 설원과 설리에 대한 애증 등 복잡한 감정을 무자비한 자객 ‘자하랑’의 위악적인 모습으로 담아낸 것이다.
설리 또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고, 애인의 복수까지 감행하는 강인하고도 아름다운 여인이다.
영화는 이 거대한 서사구조와 복잡다단하고 신산스런 삶의 모습을 모두 생략한 채 화려한 액션과 김희선의 예쁜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단조로운 멜로만을 반복하고 있다.
한 만화평론가의 말대로 “이 작품은‘비천무’의 영화화라기보다는 그 ‘액션’의 영화화”라고 볼 수 있다.
만화를 영화와 평행적으로 비교하면 당연히 혹평이 나올 수밖에. 무협과 스타 시스템에만 몰두하자. 절대 만화를 먼저 보면 안된다. 그것은 엄청난 시간적·정신적 손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만화의 영화화 그 성적표
‘밑져야 본전’.
할리우드는 ‘배트맨’ ‘슈퍼맨’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 같은 고전 인기 만화를 영화로 제작,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렸다.
물론 ‘팬텀’ ‘스폰’등 90년대 영화로 제작된 경우는 그렇지도 않지만 강력한 만화 캐릭터가 갖는 매력에 편승한 영화는 대부분 많은 이익을 남겼다.
중국 무협영화의 경우 대부분 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마롱청의 무협만화 ‘풍운’은 유위강 감독이 영화로 옮겨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허영만의 만화 ‘각시탈’ ‘카멜레온의 시’ ‘48+1’,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영화를 본 만화가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털어 놓았다.
주먹 세계를 리얼하게 그린 만화잡지 ‘점프’의 인기 연재만화 ‘비트’는 김성수 감독에 의해 청춘영화로 탈바꿈했다.
배우 정우성, 고소영, 감독 김성수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TV드라마도 만화를 이용한 경우가 적지는 않다.
이현세의 ‘폴리스’, 허영만의 ‘아스팔트의 사나이’는 망신만 당했고, 오히려 김수정의 ‘일곱개의 숟가락’이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내며 인기를 모은 드문 경우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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